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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 돌연 ‘수요집회 보이콧’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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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 돌연 ‘수요집회 보이콧’ 왜?

입력
2020.05.08 19:59
수정
2020.05.08 23:4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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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위한 단체가 소홀하게 대우” 정의연에 대한 불만ㆍ서운함 표출

시민당 비례 배제 최용상 배후 의혹… 최씨 “할머니가 먼저 연락” 부인

이용수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살고 있는 대구 집이 어버이날인 8일 인기척 없이 굳게 닫혀 있다. 김민규 기자
이용수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살고 있는 대구 집이 어버이날인 8일 인기척 없이 굳게 닫혀 있다. 김민규 기자

“위안부 단체들의 기부금 사용이 투명하지 않다”며 수요집회 참여 중단 의사를 밝힌 이용수(92)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8일 외부 접촉을 끊었다. 대구 달서구 집에도 없었고, 전화를 대신 받은 아들은 “어머니는 더 할 얘기가 없다”고만 했다.

평생 일본군 위안부 문제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에 앞장선 이 할머니가 느닷없이 30년 가까이 참석한 수요집회 불참과 중단을 촉구하고 나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날 대구시와 위안부 관련 단체 등에 따르면 이 할머니는 평소 위안부 관련 단체들에 대한 서운함이 많았다. 이유는 “우리 때문에 존재하는 단체가 정작 할머니들을 소홀히 대한다”는 것과 자신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이 할머니는 우선 정의기억연대(정의연ㆍ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사용한 용어 ‘위안부’, ‘성노예’에 거부감이 강했다. 7일 기자회견에서도 “나는 스스로 걸어가서 일본군을 상대한 여성을 말하는 위안부나 성노예가 아니라고 했는데 학생들이 많이 오는 수요집회에서 그런 용어를 사용해 못마땅했다”고 밝혔다.

대구 중구 서문로1가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 내부 전경. 대구=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대구 중구 서문로1가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 내부 전경. 대구=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자신을 소홀히 대하는 단체들에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정신대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모임’이 운영하는 대구의 ‘희움 일본군위안부 역사관’ 등에 따르면 이 할머니는 작년 1월 말 김복동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서울 빈소를 찾은 후 수요집회를 마치고 대구로 내려왔다. 이 할머니는 당시 이 모임 관계자들이 자신을 마중 나오지 않아 섭섭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지원금도 불만이었다. 대구시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이 할머니는 3, 4차례 시청을 찾아와 “내 돈 떼먹지 말고 달라”며 실랑이를 벌였다. 2018년까지 위안부 할머니에게 월 50만원씩 지원하던 대구시는 작년부터 100만원씩 지급하고 있는데, 이 할머니는 “150만원을 받아야 하는데 왜 100만원만 주느냐”며 5년 치 거래 내역을 출력해 와 항의했다. 현재 해당 기초단체도 월 5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자료를 보여 드리며 설명드렸는데도 귀담아들으려 하시지 않았다”고 말했다.

할머니의 기억이 일부 왜곡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찬반이 팽팽하다. 기자회견에서 그 자신이 위안부가 됐던 과정 등을 장시간 설명했고, 통장을 직접 관리하는 것을 보면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원금과 관련해서는 기관과 단체의 설명은 외면하고, 일부 기억은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이용수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7일 대구 남구 한 찻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며 관련단체를 비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용수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7일 대구 남구 한 찻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며 관련단체를 비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할머니 기자회견에 최용상 가자평화인권당 공동대표가 막후 역할을 했다는 관측도 있다. 최 대표는 당시 진행을 맡았다. 강제징용 피해자 지원 활동을 해온 최 대표가 지난 4ㆍ15총선에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에서 배제되고,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이 후보로 나와 당선된 데 대한 불만으로 기자회견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이에 최 대표는 “이 할머니가 4년여만인 지난 3월 말쯤 갑자기 연락을 해서 기자회견을 하고 싶다며 장소까지 직접 정했다”며 “기자들에게 연락만 하고 회견을 진행했을 뿐 선거가 다 끝난 마당에 할머니를 부추길 이유가 없다”고 해명했다.

1928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 할머니는 16세 때 일본군에 끌려가 2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지난 1992년 1월 8일부터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진행된 수요집회에 28년간 참석했다. 2007년에는 미 하원에서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 하원 의회가 만장일치로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데 역할을 했다. 이 일화는 2017년 영화 ‘아이캔스피크’로 제작됐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할머니가 “집회를 끝내고, 양국 젊은이들이 친하게 지내야 한다”고 주장한 만큼 향후 수요집회 등에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정의연은 종로경찰서에 오는 13일 수요집회 신고해 놓고 있다. 일본 언론은 이번 소식을 신속하게 전하면서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NHK는 “이용수씨가 ‘항의집회는 이웃나라(일본)에 대한 증오를 심는 것’이라며 앞으로 개최하지 않도록 요구하고 자신도 참가하지 않겠다는 의향을 나타냈다”며 “위안부 문제 당사자가 지원활동을 비판한 건 이례적이어서 파문이 퍼질 것 같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과 산케이도 이 할머니가 정의연을 강하게 비판, 한국에서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김민규ㆍ김재현 기자

도쿄=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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