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A자사고는 1학기 중간고사를 오전·오후반으로 나눠 치기로 8일 결정했다. 입시를 앞둔 3학년이 오전에, 1ㆍ2학년이 점심시간 이후 시험을 쳐 등교 학생을 분산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전날 교수학습평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학년·학급 단위 혼합 지필고사장 운영을 자제해 교내 학생 접촉과 밀집도를 최소화하라’고 안내했다. 이 학교 B교사는 “시험은 이렇게 치르지만 평소에 책상 간격을 1.5m로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라며 “선택과목은 많게는 35명까지 한 반에서 수업을 듣는데 교사 몸을 둘로 가를 수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13일 전국 초ㆍ중ㆍ고등학교의 순차적 등교수업 시작을 앞두고 과밀학급 문제가 복병으로 떠올랐다. 제대로 된 학교 방역이 이뤄지려면 책상간 거리 유지가 필수지만, 초ㆍ중ㆍ고교 학급 10개 중 1개는 학생 수 30명이 넘는 과밀학급으로 파악됐다. 교육부조차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유은혜 부총리)면서도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의당이 2019년 교육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학생수 31명 이상인 과밀학급은 2만2,895개에 달했다. 전국 초ㆍ중ㆍ고 학급 수 23만2,949개의 9.8%에 해당한다. 학교별로는 초등학교 4,952개(4%), 중학교 1만59개(19.5%), 고등학교 7,884개(13.7%)였다. 고등학교의 경우 선택과목 수업이 많아 집계된 숫자보다 과밀학급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신학기준비추진단 회의에서 “교육부, 시도교육청 및 학교가 협력해 여러 방법을 찾고, 창의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뾰족한 대책을 찾지는 못했다. 회의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박백범 차관은 “(과밀학급 문제는) 학교 상황이나 또는 지역 상황에 맞게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공을 학교 현장으로 돌렸다.
일부 교육청이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도교육청은 초등학교 20명, 중학교 25명이 넘는 학급은 분반해 운영한다고 밝혔지만 교사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 C초등학교 교장은 “당장 교육청이 기간제 교사를 보내줘야 가능한 대책”이라며 “이 기간 교원 임금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충북도교육청은 학급당 16명 이상인 유치원은 등교수업과 가정연계 놀이학습을 병행하고, 학생수 30명 이상 중·고교 과밀학급은 특별실을 활용해 이동수업을 실시하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이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B교사는 “당장 쓸 교실이 없어 한 반에 32명, 35명을 배정한 마당에 수십 개 반이 나눠 쓸 특별실이 있을 리가 없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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