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주미중국대사관 주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을 처음 알린 중국인 의사 ‘리원량(李文亮)’의 이름을 넣는 법안을 발의했다. 사후 복권되긴 했지만 사실상의 내부고발자인 그가 중국 정부의 탄압을 받은 사실을 되새김으로써 ‘중국 바이러스’ 공세를 강화하려는 취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 공화당 의원들이 7일(현지시간) 워싱턴 소재 중국대사관 주소를 현재의 ‘3505 인터내셔널 플레이스’에서 ‘리원량 플라자’로 바꾸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고 8일 보도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중국 관련 문제를 광범위하게 다룰 태스크포스(TF)도 설치하기로 했다. 법안 공동발의자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미국이 리원량의 공헌을 잊지 않고 억압과 맞서 싸운다는 점을 중국 정부와 공산당에게 확실하게 상기시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미 공화당은 앞서 2014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중국을 압박했다. 중국대사관 주소에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이자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의 이름을 넣은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히면서 흐지부지됐다. 당시 공화당은 “중국대사관 우편물에 류샤오보의 이름이 가득할 것”이라고 조롱했고, 중국은 “조국의 얼굴에 먹칠을 한 범법자를 두둔하려는 도발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맞섰다.
다만 이번엔 법안의 의회 통과 자체가 쉽지 않아 보인다. 6년 전과 달리 민주당의 호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과도한 ‘중국 때리기’가 아시아에 대한 미국 내 인종차별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 의회는 핵물리학자에서 인권운동가로 변신한 안드레이 사하로프의 이름을 1980년대 구소련대사관 거리에 붙인 전례가 있다. 2018년에는 주미사우디대사관 주소를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로 바꾸자는 캠페인도 벌어졌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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