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3년, 산업계 규제 완화 요구
서울에 거주하는 ‘워킹맘’ 이모(42)씨는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을 하는 주말엔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한다. 먹거리나 생필품 종류가 아주 다양하지 않지만, 일단 가격이 저렴하고 새벽배송도 가능해 편리해서다. 그렇다고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재래시장을 찾지는 않는다. 주차공간이 따로 없고 카드 결제도 수월하지 않아서다.
이씨의 사례는 재래시장 살리겠다고 대형마트를 강제로 쉬게 하는 현행 규제의 허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창고형 마트 등은 2012년부터 유통업산업발전법에 따라 △월 2회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 중 온라인 배송 불가 등의 규제를 받고 있다. 전통ㆍ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조치이지만 소비자 불편만 초래할 뿐 효과는 적다는 게 유통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그 사이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온라인 시장은 급성장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는 2016년 65조원에서 지난해 134조원으로 두 배 커졌다. 쿠팡의 경우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7조1,530억원으로 전년 대비 64.2% 급증했고, G마켓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업계 최초로 수수료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언택드(비대면) 소비’가 활기를 띠자 소비자들의 온라인 쇼핑 의존도는 더 커졌다. 지난 3월 전체 소매판매액은 32조3,4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7% 줄었지만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2조5,825억원으로 같은 기간 11.8% 증가했다.
반면 대형마트는 휘청대고 있다. 이마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1,507억원으로 전년 대비 67% 떨어졌다. 2018년 80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250억원 적자로 전환된 롯데마트는 5년 내 700여 점포 중 200여 곳을 폐쇄하기로 했다. 그룹 차원에서도 지난달 계열사 7곳의 온라인몰을 통합한 ‘롯데ON(온)’을 출시하며 온라인 사업 강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유통업계에선 더는 ‘대형마트 대 전통시장’ 아닌 ‘온라인시장 대 전통시장’으로 경쟁구도가 변화하고 있는 만큼 규제 방향도 이에 맞춰 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차제에 규제 강도를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업계의 성공 열쇠는 오프라인 매장과 달리 규제가 없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의 경제적 충격을 벗어나려면 신속한 소비 회복이 필수적인 만큼 오프라인 매장 활성화를 저해하는 규제부터 과감히 풀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복합쇼핑몰은 그 시금석이 될 수 있다. 롯데는 서울 상암과 경기 의왕 등에, 신세계는 스타필드 안성, 청라 등에 복합쇼핑몰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쇼핑몰에 도시계획 단계부터 입지 제한,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무일 지정 등의 규제를 적용하겠다고 공약한 여권이 지난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면서 업계는 긴장 모드다.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지만, 복합쇼핑몰에 입점하는 업체의 70%가 자영업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규제 취지를 벗어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유통시장에 대해 규제보다는 상생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형마트 규제로 인해 소비자가 피해를 보면 곤란하다”며 “온라인 시장이 커진 점도 감안해 규제 아닌 상생으로 정책 노선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쟁을 촉진하지 않는 규제는 다른 이해관계자에게 이득을 안기기 마련”이라며 “영업형태에 대한 규제로 경쟁을 제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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