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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하이밍 중국대사 특별기고] 한국 부임 100일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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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하이밍 중국대사 특별기고] 한국 부임 100일 감상

입력
2020.05.08 04: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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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부임 100일을 맞아 한국일보와 코리아타임스에 특별기고문을 보내와 싣습니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6일 서울 명동에서 부인 탄위쥔씨와 함께 떡볶이를 사 먹고 있다. 최원석 코리아타임스 기자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가 6일 서울 명동에서 부인 탄위쥔씨와 함께 떡볶이를 사 먹고 있다. 최원석 코리아타임스 기자

한중 양국은 문화가 서로 비슷하다. 통과의례를 매우 중요하게 여겨 아이의 생후 백일을 축하하는 전통도 있다. 이는 새 생명이 인생의 첫 고비를 넘겼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30일 한국에 부임한 후 8일로 100일을 맞았다. 갑작스러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평범하지 않은 3개월 남짓 시간을 보냈다. 너무도 바빴던 시간 동안 한중 간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협력을 전력 추진하고, 감염병 방역과 양국 관계 발전 사업 등도 포괄적으로 진행했다. 기뻐할 일은 양국이 수망상조(守望相助ㆍ 서로 지키고 살피며 돕다)하며 협력해 감염병에 대응했다는 사실이다. 가장 먼저 합동 방역 체제를 구축하고, 가장 먼저 인적 왕래를 위한 패스트트랙을 개설했으며, 가장 먼저 자국의 감염병 상황을 성공적으로 통제함으로써 국제적으로 모범을 세우고 난관을 함께 극복해왔다.

중국에서 한반도 관련 업무를 30년 넘게 맡아왔고, 이번에 거의 10년 만에 다시 한국에서 생활하게 됐다. 횟수로는 네 번째다. 한국 속담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고무적인 변화를 많이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10년 간 한국의 경제 성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계속 상위권을 유지했다. 1인당 국민소득도 3만 달러를 넘어섰다. 다시 한국에 온 뒤 555m 높이의 롯데월드타워에서 먼 곳을 바라보고, ‘서울로 7017’의 공중정원을 걸으며 조용히 사색에 잠기기도 해 봤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5G의 속도를 체험했고, 한국민의 생활이 더욱 편리해지고 도시가 살기 좋아졌음을 실감했다. 한국인들이 거둔 발전 성과에 진심으로 기쁜 마음이다.

한국에 부임한 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더 많은 곳을 다니지는 못했다. 하지만 한국의 아름다움과 인정은 여전히 그대로일 것이라 믿는다. 흐드러지게 핀 제주의 유채꽃, 수목원의 짙푸른 녹음, 경복궁 곳곳에 늘어선 은행나무, 얼음으로 뒤덮인 설악산 등 춘하추동 각기 다른 경치가 모두 마음 속에 깊게 남아있다. 북촌의 한옥을 거닐면서 느낄 수 있는 오랫동안 단련된 장인의 정신, 강남대로를 다니며 느낄 수 있는 앞다퉈 뿜어져 나오는 기업들의 활력 같은 한국의 기본 요소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포장마차에서 먹던 빨간 떡볶이가 그립고, 길가의 작은 식당에서 먹었던 따끈따끈한 칼국수가 그립고, 도자기 잔과 양은 주전자 속 달달한 막걸리가 그립다. 이러한 한국인을 대표하는 소박한 습관들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10년 전 효자동 임시 관사와 비교하면 현재 주한중국대사관의 모습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다시 명동으로 돌아와 문 앞의 돌사자상 한 쌍을 보니 1992년 대사관 현판과 관인을 갖고 홍콩을 경유해 한국에 와 대사관 개관에 참여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28년이라는 눈 깜짝할 사이에 한중 관계의 발전은 전세계가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둬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한중 간의 정은 더욱 견고해졌다. 코로나19는 불행한 일이지만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말처럼 한중 국민들의 마음은 더욱 가까워지고 양국의 운명도 더 단단하게 묶길 기대한다. 주한중국대사로서 사명감을 갖고 한국 친구들과 함께 한중 관계를 더욱 발전시킬 것이다. 한국 국민들의 생활이 하루 빨리 정상으로 회복되길 기원하며 명동도 하루 속히 다시 사람들로 북적거리기를 기대한다. 중국대사관의 문은 언제나 여러분을 위해 활짝 열려 있다.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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