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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인 가구ㆍ점포에 세이프 시스템… 밤에도 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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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인 가구ㆍ점포에 세이프 시스템… 밤에도 안심”

입력
2020.05.08 01: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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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SS존 사업 호평

市, 연내 6~8개구로 사업 확대

지난달 28일 서울 양천구 신정3동의 한 애견용품점을 홀로 운영하는 홍혜미씨가 가게 안에 설치된 비상벨을 가리키고 있다. 비상상황 시 이 벨을 누르면 경찰, 자치구 CCTV관제센터와 자동으로 연결된다. 홍인기 기자
지난달 28일 서울 양천구 신정3동의 한 애견용품점을 홀로 운영하는 홍혜미씨가 가게 안에 설치된 비상벨을 가리키고 있다. 비상상황 시 이 벨을 누르면 경찰, 자치구 CCTV관제센터와 자동으로 연결된다. 홍인기 기자

‘공동 출입문에 도어락이 설치돼 있을 것, 큰 길가와 가까울 것, 폐쇄회로(CC)TV와 밝은 가로등은 필수, 지하와 저층은 저렴하게 준다고 해도 사절!’

혼자 사는 직장인 박수연(31)씨가 자취방을 구하면서 확인한 목록은 끝도 없다. 두 달 간 발품을 판 끝에 박씨는 서울 양천구 신정4동 빌라촌의 한 원룸을 낙점했다. 지하철역과 가깝고, 골목길을 지나야 하지만 비교적 환하고, 6층이라는 점을 위안 삼기로 했다.

그렇게 따지고 따져서 구했는데도 사달이 났다. 작년 여름, 야근을 마치고 귀가하던 박씨 뒤로 그림자 하나가 따라붙었다. 간발의 차로 출입문을 닫으면서 별탈은 없었지만, 박씨는 그날 밤 내내 떨었다. 이후로도 불안에 떨던 박씨는 우연찮게 양천구 소식지에서 ‘SS(Safe Singles)존’ 사업 신청 공고문을 발견했다. ‘여성 1인 가구ㆍ점포의 불안 해소를 위한 여성안심 홈 세트 신청하세요!’

7일 양천구에 따르면 작년 6월 시작한 SS존 사업으로 5개동 나홀로 여성 가구 121곳과 점포 25곳이 현관문 보조키, 비상벨 등 안전설비 지원을 받았다. 지난해 신림동 강간미수사건으로 극대화된 여성 1인 가구의 일상 속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박씨는 “안전을 위해 이런 저런 조건을 따져보지만 결국 마지막엔 비용 때문에 적절한 선에서 타협을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내 돈을 들여 보조잠금장치를 달았지만, 그것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고 토로했다. SS존 지원 대상에 선정, ‘불안해소 4종 세트’가 설치된 뒤엔 사정이 좀 나아졌다. 박씨는 “그제서야 창문을 열고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여성들이 부담해야 헸던 이른바 ‘안전비용’을 지자체가 지원하면서 생긴 변화다.

4종 세트는 이중 잠금 장치인 현관문보조키, 위기상황에서 지인이나 112에 비상메시지가 전송되는 휴대용비상벨, 바깥에서 창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경보음과 함께 지인에게 문자가 전송되는 문열림센서, 집 밖에서 벨을 누르면 집 안 모니터로 누군지 확인하고, 벨을 누르는 순간 캡처가 되는 디지털 비디오창으로 구성된다. 양천구 관계자는 “세트당 16만원의 가량의 비용이 든다”며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취약 포인트를 훌륭하게 보완한다”고 말했다.

SS존 사업에 선정된 여성 1인 점포에는 ‘안전벨’이 설치된다. 신정3동에서 홀로 애견용품점을 운영하는 홍혜미(39)씨도 그 덕을 보고 있다. 홍씨는 “해가 지고 바깥으로 술 취한 사람들이 지나갈 때는 아무도 없는 척, 카운터 뒤에 숨기도 했다”며 “안전벨 설치 후 그럴 필요가 없어졌고, 주변 여성 사장님들한테 많이 소개 했다”고 말했다.

위험상황에서 벨을 누르면 경찰서, 구청 CCTV관제센터와 3자 통화가 가능하게 된다. 인터넷만 연결된 점포면 어디든 설치가 가능하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입혀 “사람 살려”라고만 외쳐도 바로 음성을 인식해 자동 연결된다.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휴대용 비상벨도 같이 지급된다.

서울 시내 자치구 중 양천구와 관악구에서만 시범 시행 중인 SS존 사업은 참여 여성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은 물론 실제 범죄 예방 효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이 사업을 집중적으로 홍보한 관악구에서는 SS존 조성 이후 주거 침입 범죄가 평균 37.5% 줄었다. 다른 자치구에서도 관심이 쏟아지면서 서울시는 올해 6~8개 자치구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양천구도 사업 2년차인 올해는 전 동으로 대상을 넓힐 예정이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여성친화도시 양천에 특화된 여성안전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누구나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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