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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에 비난 화살… “아웃팅 더 무서워” 숨은 감염자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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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에 비난 화살… “아웃팅 더 무서워” 숨은 감염자 우려

입력
2020.05.07 18:11
수정
2020.05.07 19:0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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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다녀간 이태원 클럽, 일부 언론서 ‘게이 클럽’ 명시“불필요한 개인정보 폭로 등 코로나 방역에 되레 해가 돼”

지난 2일 새벽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K 클럽 앞에 7일 취재진들이 몰려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새벽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K 클럽 앞에 7일 취재진들이 몰려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지난 주말 다녀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클럽 골목이 긴장감에 휩싸였다. 지역 감염 우려가 커진 가운데 남성 동성애자들이 주로 찾는 골목의 클럽이 부각되면서 성소수자 차별 논란까지 불거졌다. 방역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7일 용산구 재난안전대책본부는 경기 용인시의 66번째 확진자 A(29)씨가 지난 2일 새벽 이태원의 주점과 K 클럽 등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공개된 A씨 동선에는 K 클럽을 비롯해 이태원의 클럽과 바들이 여럿 포함돼 있다. 이중 1시간 간격을 두고 A씨가 두 차례 들른 K 클럽은 지상 5층 규모 건물의 1층에 자리잡았다. 이 건물 관계자에 따르면 실내는 약 230㎡ 넓이이고 춤을 추기 위한 공간도 있다. 이 클럽은 지난 3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한다며 영업을 중단했다가 지난달 30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

클럽 일대 주민과 상인들은 “운영 시간이 우리 일상과는 겹치지 않는다”면서 일단 감염 확산 가능성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같은 건물 3층의 미용학원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이 찜찜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학원은 낮에만 운영하고 건물 차원에서 매일 방역을 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 클럽은 전날 방역을 마친 뒤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을 정보 제공 차원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밝혔다. 클럽 측은 “모두의 안전을 위해 업데이트 된 소식이 있을 경우 지속적으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 확진자에 대한 추측성 소문 및 신상 공개 등은 자제해 주길 간곡히 요청 드린다”고 했지만 한 기독교계 언론이 ‘게이 클럽’으로 보도하면서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인터넷에는 감염 증상이 있는데도 클럽을 전전한 A씨와 성소수자 문화를 싸잡아 비난하는 댓글들이 쏟아졌다.

동시에 사실상 ‘아웃팅’(성 소수자란 걸 강제로 폭로하는 행위)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방역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설령 같은 시간대에 A씨와 같은 클럽에 있었더라도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색안경 때문에 검사를 회피할 수 있다는 이유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동성애 성향의 김모(30)씨도 “기사에 ‘게이’ 클럽이라고 명시했는데 그 시간에 다녀갔다 한들 어떻게 진단검사를 받겠느냐”라며 “코로나19 감염 두려움보다 내 동선이 공개돼 아웃팅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가 훨씬 더 크다”고 한숨을 쉬었다.

K 클럽은 확진자 발생 공지를 하루 만에 SNS에서 삭제했다. 동선 공개 의도와 달리 방역이나 접촉자 진단검사보다 성소수자를 향해 비난의 화살이 날아오자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김찬영 활동가는 “과도한 사생활 공개로 인해 불안과 공포를 조성하는 건 확진자와 접촉한 이들을 위축시키고 숨어들게 해 공중보건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염병 전문가들도 불필요한 개인정보 폭로가 방역에 되레 해가 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그냥 클럽이라고만 했어도 충분히 방역과 관련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불필요하게 내밀한 개인정보를 폭로하면 오히려 방역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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