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유명 관광지에서 학대 받던 코끼리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다. 태국의 인기 관광상품 중 하나인 ‘코끼리 체험 투어’가 외국인 관광객 입국 금지로 존폐 위기를 맞자 먹이 값을 감당하지 못한 주인들이 코끼리들의 고향행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7일 AP통신에 따르면 태국 북부 치앙마이 내 공원에 갇혀있던 코끼리 100여마리가 지난달부터 매참 등 코끼리 친환경 부족이 거주하는 보호지역으로 이동했다. 코끼리의 고향행은 치앙마이에서 활동 중인 코끼리 구조재단이 주관하고 있다. 재단은 코끼리 주인들이 하루에 300kg 이상 먹이를 먹어 치우는 ‘대식가’ 코끼리의 사육 비용으로 고민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이들을 찾아 고향행을 설득했다. 주인들 역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판단하고 최근 하나 둘씩 코끼리를 풀어주기 시작했다.
고향으로 돌아간 코끼리들은 행복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치앙마이에서 코끼리 공원을 운영하던 사둣디 세리체위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코끼리 4마리를 직접 끌고 매참까지 150km를 걸어갔다. 닷새 여정 끝에 4일 매참의 반 후아이 봉 마을에 도착한 코끼리들은 개울에서 아이들과 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둣디는 “코끼리들이 20년만에 고향에 돌아오자 행복한 소리를 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코끼리의 고향행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코끼리 축제로 유명한 태국 동북부 수린주에서도 치앙마이와 같은 이유로 최근 40여마리의 코끼리를 자연으로 돌려보냈다. 이 코끼리들은 고향인 타 뚬으로 향했으며, 마을 주민들은 코끼리를 환영하는 행사도 열었다. 코끼리 구조재단 측은 “아직 많은 코끼리들이 관광명소에서 학대 받고 있다”며 “코끼리가 친환경 공동체에서 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고향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태국에는 현재 약 4,000여마리의 코끼리가 관광에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코끼리 보호단체들은 코로나19 창궐 이후 1,000여 마리의 코끼리가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한 것으로 파악하고 최근 태국 정부에 코끼리 보호 대책을 요구한 상황이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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