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고용보험서 제도적으로 배제되는 특고ㆍ자영업자 보호가 제도 취지

보험료 부담에 가입 안한 영세업자, 고용주 지위 꺼리는 사업자도 포용

소득 따라 보험료 부담 바람직… ‘타다’ 같은 플랫폼 기업들은 고용 적어도 더 많이 내야

기본 합의 이룬 ‘한국형 실업부조’ 고용안전망의 최후 보루 돼야

[논담]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하다 소득이 끊긴 모든 국민들에게 대체소득이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에서 전국민 고용보험제도 논의의 물꼬가 트였다"고 말했다. 정준희 인턴기자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의 지난 1일 언급으로 ‘전국민 고용보험제’ 도입 논의에 불이 붙었다. 예산당국 고위관계자가 “고용 충격에 대비해 하루 빨리 제도의 성벽을 보수할 타임”이라고 밝힌건 고용보험 위주로 된 한국의 실업안정망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고용 한파를 막기에는 허술하다는 고백과 다름없다. 한국 사회의 소득불평등과 사회안전망 문제를 연구해온 장지연(55)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6일 서울 세종로 한국일보에서 만나 한국 실업안전망의 문제점과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의 필요성, 재원 마련 방식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2018년부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회보험 제도의 보완과 대안 시스템 마련에 대한 노사정 논의도 이끌어 가고 있다.

_당청에서‘전국민 고용보험’도입을 공론화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일하다가 소득이 끊겼을 때 모든 국민에게 대체소득이 있어야 한다는 점, 이 가치와 방향성에 대해 사람들이 동의한다는 점에서 ‘전국민 고용보험’ 얘기가 나온 것 같다. 실업자 중 실업급여(구직급여)를 받는 사람이 45%쯤 된다. 이 수치도 과다 추계된 것이다. 전체 실업자 중 절반 이상이 실업급여를 못받는 제도라는건 문제다.”

_전국민 고용보험제라는게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아닌가.

“사각지대는 3개 층위다. 1단계는 아예 제도적으로 배제되는 이들(65세 이상, 특수고용직 노동자, 공무원 등), 2단계는 보험가입은 가능한데 가입기간이 짧거나 자발적 퇴직 등 조건이 안돼 실업급여를 못받는 이들, 3단계는 구직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는 경우다. 다른 나라는 2,3단계가 문제인데 우리나라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배제되는 1단계가 문제다. 사각지대를 다른 식으로 구분하면, 보험가입은 할 수 있는데 보험료 부담 등의 이유로 가입 안 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보험가입 자체가 안되는 이들(특고나 자영업자 등)이 있다. 전자는 영세 사업자와 근로자에 보험료를 지원하는 제도인 ‘두루누리사업’을 통해 제도 내에 발을 들여놓게 할 수 있다. 문제는 후자다. ‘전국민 고용보험’은 후자를 포용하자는데 방점이 찍힌다. 이들을 포용하자면 제도의 틀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

_지금까지 가입자 확대 노력을 해오지 않았나.

“고용보험 제도는 1995년 굉장히 협소하게 시작됐지만 점점 확대됐다. 최근 넓히려는 부분이 바로 특고와 예술인이다. 특고와 예술인을 고용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는 법안(일명 최고은법, 2019년 발의)이 20대 국회에 가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특고와 예술인이 제도적으로 배제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제도에서 배제되지 않는 것과 실제 이 사람들이 가입할지는 다른 문제다. 법이 통과됐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_무슨 문제가 또 있는가.

“우리나라 고용보험 제도는 보험자와 피보험자를 고용하고 있는 고용주의 짝(pair)이 정확히 맞아야 하고 그 사람들만 보호한다는 한계가 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실업을 당하면 ‘당신 고용주가 누구인지’를 묻는데, 그 고용주를 데려오지 못하면 가입자격이 없다. 국회에 계류 중인 최고은법안도 특고와 오랫동안 거래한 사람들을 고용주에 준하는 자격으로 포함시키도록 돼있다. 문제는 이 ‘고용주’들이 특고를 고용보험에 가입시키는 걸 꺼린다. 보험료가 아까워서가 아니다. 고용보험 가입으로 물꼬가 트이면 자신들이 특고의 고용주 지위를 갖게될 수도 있다는데 상당한 두려움을 느낀다. 전국민 고용보험 제도를 만들자는 취지는 이처럼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가입하지 못하는 특고, 1인 사업자, 자영업자까지 포괄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얘기다.”

_비정규직ㆍ중소기업 노동자일수록 가입률이 낮다. 고용보험이 정작 취약노동자들을 보호하지 못한다.

“비정규직ㆍ중소기업 노동자 등 가입 대상 임금근로자 중 미가입자가 25%쯤 된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는 13% 정도다. 이런 사람들을 가입시키려고 ‘두루누리사업’을 열심히 했으나 이 사업으로 가입률을 더 높이는데 한계가 있다. 이들은 법 위반을 하면서도 제도 내로 들어오지 않는다.”

_제도 내로 들어오게 하는 방법이 있을까.

“자영업자나 1인사업자를 가입시키려 할 때 사용하는 방식은 기존 제도를 유지하면서 보험료를 적게 내게 하고 나머지는 국가에서 내주는 방식이 있다. 그런데 이는 여전히 알아서 가입하라고 독려하는 방식이다. 지금도 자영업자들은 고용보험에 임의로 가입할 수 있지만 거의 가입 안 한다. 내가 생각하는 건 ‘조세 방식’이다. 국세청에 신고하는 모든 소득에 부과하는 식이다. 소득이 있으면 자동 가입돼 가입 여부를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모든 근로ㆍ사업소득에 8%의 ‘노동시장분담금’을 부과해 실업급여 재원으로 쓰는 덴마크가 대표적인 나라다. 이 방식이 명실상부한 전국민 고용보험 제도다.”

_세금 부담 때문에 반발이 예상된다.

“우리나라처럼 제도상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사람에게 ‘안 하고 있어도 된다’는 상황을 만들어주고 제도를 만들 순 없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법을 지키지 않는 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_고용보험료를 소득 증감에 따라 부과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플랫폼 노동자나 특고에게 해당된다. 이 사람들은 한 회사에만 소속돼 있지는 않지만 소득 증감은 증빙할 수 있다. 이 분들은 한 달간 벌어들인 총소득 기준으로 부과하는게 합리적이다. 물론 하한선이 있어야 한다. 하한선 이하로 벌면 실업으로 보는 것이다. 전국민 고용보험이 실현된다면 이 분들에게 어떤 상황에서 실업급여를 주느냐가 고민이 될 것이다. 일정 수준 이하로 소득이 떨어지면 실업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이 맞을 것 같다.”

_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부의 실업대책이 시사하는 바가 있나.

“정부는 ‘코로나19 긴급고용지원금’으로 매출이 급감한 영세 자영업자, 일감이 끊긴 특고와 프리랜서 등에 3개월간 월 50만원씩 주기로 했다. 모두 실업급여를 못받는 사람들이다.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아르바이트생처럼 제도적으로 실업급여를 못받는 사람들 중 고용지원금도 못받는 사람들이 생겼다. 두번째는 매출 감소를 어떻게 입증하느냐다. 전국민 고용보험 필요성이 여기서 나온다. 제도가 있었으면 이번과 같은 위기상황에 실업급여를 늘려주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데 제도 자체, 인프라가 없어 취약계층에 50만원을 지급하는 것도 어려운 것이다.”

_타다 사태에서 보듯 플랫폼 사업자들은 사회보장제도에 무임승차하며 혁신이라고 주장한다. 어떻게 비용을 부담시킬까.

“기업이 고용보험에 기여하는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현행 제도는 기업이 사람을 많이 고용하고 임금을 많이 주면 부담할 고용보험료가 올라간다.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런 기업에 대해서는 자신들이 고용주가 아니라고 주장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소득에 비례해 보험료를 내는 개인처럼 기업도 이익에 비례해 기여금을 내도록 하면 된다. 사람을 적게 고용하지만 이윤을 많이 내는 하이테크 기업이 더 많이 보험료를 부담하는게 무슨 문제인가.”

_고용보험만으로 실업자들의 소득보존이 가능한가.

“나라마다 방법이 다르다. 전형적으로 잘되는 나라는 실업급여 대상을 확 늘린 나라로 스웨덴, 덴마크처럼 자영업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주는 국가다. 독일이나 영국처럼 실업부조(소득과 자산을 조사해 사회보험료가 아닌 조세로 실업자를 지원하는 방식)를 넓게 깔아주는 방식도 있다. 방식은 선택의 문제다. 실업부조가 없는 우리나라는 이제 막 시작하려는 단계(국민취업지원제도)다. 다만 독일 영국처럼 실업부조가 너무 커지는게 좋지만은 않다. 고용보험료(기여)를 내고 실업급여를 받는 이들과 기여 없는 이들(실업부조)이 결과적으로 같은 대우를 받는건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조제도는 빈곤층이나 보험에 가입한 적이 없는 청년, 실업급여를 다 받았는데도 취업을 못한 이들에게 줘야 한다. 고용안전망의 최후의 보루여야 한다.”

_우리나라는 자영업자가 특히 많다.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핵심은 특고와 자영업자다. 특고는 형식적으로는 자영업자다. 하지만 이 분들 중에는 자신들의 고용주 비슷한 사람을 데리고 올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소박하게 이분들만 제도로 끌어들이자는 주장이 있는 반면, 그것만으론 부족하고 고용주가 없는 자영업자까지 끌어들이자는 것, 근본 틀을 흔들자는 주장이 있다. 똑같이 모든 사람에게 같은 제도를 적용하자는 게 전국민 고용보험이다.”

_지난해 3월 경사노위에서‘한국형 실업부조’기본틀 합의를 이끌어냈는데 어려웠던 점은 없나.

“경사노위에 정부가 들어왔는데 예산 부처가 ‘최소한의 돈을 들여야 한다’는 제약조건을 내건게 가장 어려웠다(용역보고서는 지급 대상을 중위 기본소득 60% 이하로 설정했지만 위원회에서 50% 이하로 최종 합의함).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를 겪고 보니 눈높이가 달라졌다. 정부가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법안과 계획대로라면 한국형 실업부조에는 5,000억원 정도가 든다. 지금 3차 추경 얘기까지 나오는 마당에 돌아보니 통이 너무 작았다. 작게라도 시작하는게 중요해 미흡한 수준이나마 합의를 했다. 계획대로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하려면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이 통과돼야 한다. 제도 도입을 놓고 정치적으로 옥신각신할 상황이 아니다. 빨리 시작하는게 중요하다.”

인터뷰=이왕구 논설위원

정리=변한나(논설위원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전국민 고용보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