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내대표 후보들 ‘김종인 비대위’ 등 현안에 “다수 의견 따르겠다”
4ㆍ15 총선 참패로 무정부 상태에 놓인 미래통합당에서 ‘당선자 총의’가 전가의 보도처럼 등장하고 있다. 21대 국회 첫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여부를 비롯한 향후 지도체제 △미래한국당과의 합당 여부와 시기 등 당내 최대 현안을 “당선자 총의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다. 계파 보스 지령에 따라 움직여왔던 통합당이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자칫하면 의사결정이 기약 없이 지연되는 등 무책임한 행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선자 총의’가 전면에 등장한 대표적 현안은 ‘김종인 비대위’ 출범이다.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이 상임전국위 무산 등으로 표류하던 ‘김종인 비대위’ 출범 여부를 차기 원내지도부에 맡기기로 하면서, 비대위 이슈가 경선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정작 후보들은 “당선자 총회를 열고 다수 의견에 따르겠다”며 한 걸음씩 물러섰다. ‘김종인 비대위’와 자강론(自強論)으로 극명하게 갈렸던 권영세(서울 용산), 조해진(경남 밀양ㆍ창녕ㆍ의령ㆍ함안) 당선자가 각각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조합으로 손 잡을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또 다른 원내대표 후보로 “김종인 비대위는 차선”이라며 신중론을 펴는 주호영(대구 수성갑) 의원도 “당선자 총의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당내 주요 현안을 ‘구성원 전원의 의견을 듣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방침은 통합당에서 한 동안 볼 수 없었던 낯선 풍경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계파와, 계파를 이끄는 구심점이 건재했기에 과거 의원총회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했다.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장’이 아닌 계파 힘겨루기 장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4ㆍ15 총선을 거치며 특정 계파와 구심점이 붕괴되면서 뚜렷한 세 없이 경선을 치르게 된 후보들 입장에선 특정 현안을 밀어붙이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게 됐다.
때문에 ‘꼼수냐 전략이냐’를 놓고 기로에 선 미래한국당과의 합당과 홍준표 윤상현 권성동 김태호 등 무소속 당선자의 복당 여부, 시기도 신임 원내지도부의 의중이 아닌 ‘당선자 총의’로 정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주호영 의원은 미래한국당과의 합당 이슈에 대해 “당원 뜻을 모아서 결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주 의원을 비롯한 4선 이상 당선자 모임에서 ‘미래한국당과 조속한 합당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당선자 총의’도 좋지만 찬반이 팽팽하게 맞서며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의사결정만 늦추게 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통합당은 총선 참패 이후, 의원총회와 당선자 총회, 선수(選數)별 모임을 열어 ‘김종인 비대위’ 출범 여부를 논의했지만 매번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오는 8일 경선에서 출범하는 신임 원내지도부가 리더십을 발휘하지 않으면 ‘의원총회→난상토론→무결론→의원총회’패턴이 무한정 반복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