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역행하는 ‘브라질의 트럼프’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
브라질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5,000명을 넘어 중국을 제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되레 이렇게 반문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나 몰라라’ 하는 국가 수장의 관심사는 온통 자신의 탄핵 위기를 어떻게 모면할지에 쏠려 있었다.
평소 잦은 막말로 ‘브라질의 트럼프’라 불리는 그는 코로나19 부실 대응 논란으로 집권 16개월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코로나는 가벼운 감기”라며 ‘제한적 격리’ 입장을 고수했고, ‘입바른 소리’를 했던 핵심 각료들은 모두 쳐냈다. 어느 새 브라질은 하루 확진자가 1만명을 넘어서는 상황에 내몰렸다.
두 아들이 연루된 ‘가짜 뉴스’ 사건 수사 개입 의혹은 탄핵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사실상 피의자인 아들의 친구를 연방경찰청장에 앉히려 했던 건 국가권력 사유화의 상징격이다. 이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반부패 국민영웅’ 세르지오 모루 전 법무장관을 쫓아낸 건 민심이 등을 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의회와 연방대법원은 논란의 대통령을 향해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 하원에는 31건의 탄핵 요구가 접수됐고, 대법원은 그에 대한 수사 개시를 승인했다. 대법원은 사회적 격리 조치를 둘러싼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주(州)지사들 간 공방에서도 지방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육군 대위 출신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결국 군부에 손을 내밀었다. 지난달 1일엔 56년 전 군부 쿠데타를 ‘위대한 자유의 날’이라고 표현하더니 며칠 전엔 급기야 군부 쿠데타 촉구 시위에 직접 참가했다. 그가 중남미 국가들의 ‘흑역사’를 반복하려는 것인지 전 세계가 우려하며 지켜보고 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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