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코로나19 확진과 완치, 늦둥이 출산까지
“2020년은 영국에 환상적인 한 해가 될 것입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2020년 새해를 맞아 지난 1월 2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남긴 말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휩쓸기 전, 새해 출발과 브렉시트 전환기 등을 염두에 두고 적은 말이겠지만 존슨 총리의 이 글은 재평가 되고 있습니다. 2020년 시작부터 5월 현재까지 존슨 총리 개인에게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 제77대 총리인 존슨 총리는 지난해 7월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테리사 메이 전 총리의 총리직을 자동 승계했습니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게 돼 존슨 총리가 집권당 대표가 되는 동시에 총리직을 자동 승계하게 된 거죠.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닮은 외모와 직설적인 화법 등으로 ‘영국판 트럼프’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두 번의 이혼과 외도 등 여성 편력으로 구설에도 자주 오르내리곤 합니다.
◇두 번째 결혼, 종지부 찍다
존슨 총리는 옥스퍼드대 동창인 알레그라 모스틴-오언과 결혼한 뒤 6년 만인 1993년 두 번째 부인인 마리나 휠러와 불륜이 드러나면서 이혼했습니다. 이혼 열흘 뒤 바로 재혼을 하죠.
그의 여성 편력은 두 번째 결혼생활에서도 이어졌는데요. 숱한 여성들과 염문을 뿌립니다. 결국 2018년 두 사람은 별거에 들어갔고 작년부터 이혼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휠러는 존슨 총리의 외도 등 사유로 재산분할 청구와 함께 이혼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올 2월 두 사람이 이혼에 합의한데 이어 4월말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면서 이혼이 확정됐습니다. 6일 영국 데일리메일은 휠러가 존슨 총리와의 이혼으로 약 400만 파운드(약 60억6,000만원)의 재산 분할금을 챙길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를 했어요.
존슨 총리는 이미 23세 연하인 캐리 시먼즈와 동거에 들어갔는데요. 두 사람은 지난해 7월 존슨 총리가 취임한 이후부터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함께 살고 있죠. 이들은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다우닝가에 입성한 첫 번째 커플이라고 합니다.
◇코로나19로 죽다 살아나다
존슨 총리는 3월 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는 전 세계 정부 수반 가운데 첫 확진 사례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는데요. 확진 판정 후 자가 격리에 들어간 존슨 총리는 병원에 입원하라는 참모들 의견을 거부하다 4월 초 상태가 나빠져서야 뒤늦게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총리는 현지 매체 ‘더 선’과의 3일자 인터뷰에서 치료 후일담을 전하기도 했는데요. 그는 당시 영국 내각이 자신의 사망에 대비해 비상 계획을 세우는 등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당시 몸 상태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존슨 총리는 지난달 5일 세인트토머스 병원에 입원했다가 상태가 악화해 다음 날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사흘 밤을 지낸 뒤 상태가 호전됐습니다. 퇴원 후 그는 총리 지방 관저인 체커스에서 휴식을 취하다 지난달 27일 업무에 복귀했죠. 그야말로 ‘죽다 살아난’ 상황입니다.
◇코로나19 회복 이후 늦둥이가 안겨 준 기쁨
코로나19 감염으로 생사를 오가는 ‘지옥’을 경험한 존슨 총리, 이번에는 약혼녀 시먼즈의 늦둥이 출산으로 기쁨을 맛봤습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시먼즈가 건강한 아들을 출산했다고 밝혔는데요. 공교롭게도 이날은 영국 법원에서 휠러와의 이혼이 확정된 날이기도 합니다.
존슨 총리는 늦둥이에게 윌프레드 로리 니콜라스 존슨이라는 이름을 지어 줬습니다. 자신의 치료를 담당했던 의사 닉 프라이스와 닉 하트의 이름을 따 아들에게 니콜라스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존슨 총리와 시먼즈는 조만간 결혼식을 올릴 거라는 예상이 나오는데요. 두 번째 이혼과 코로나19 확진 판정과 완치, 그리고 이어진 늦둥이 출산까지. 아직 2020년이 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존슨 총리의 올 한해는 정말 다사다난합니다. 남은 2020년에 그에게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 여기서 잠깐
존슨 총리는 엄청난 괴짜였다고?
1964년 6월 19일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존슨 총리는 5살 때 영국으로 이주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해 “상당히 지질했으며 엄청난 괴짜였다”고 지난해 더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밝히기도 했는데요. 영국 명문 사립학교인 이튼스쿨을 거쳐 옥스퍼드대를 졸업한 존슨 총리는 1987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입사하며 언론계에 입문했습니다. 기자로 일하던 그는 1994년 기사의 인용 부분을 조작했다는 이유로 더타임스에서 해고됐고, 이후 데일리 텔레그래프로 이직했습니다.
그러다 2001년 잉글랜드 남중부 옥스퍼드셔의 헨리 지역구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되며 정치에 입문했죠. 2008년에는 런던 시장 선거에서 노동당 출신 켄 리빙스턴 전 시장을 14만여표 차이로 꺾고 당선됐는데요. 이때부터 대중 정치인으로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재선에도 성공해 8년 동안 시장직을 연임한 존슨 총리는 거침없는 막말로도 물의를 빚기도 했는데요.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를 반대하자 오바마 전 대통령의 케냐 혈통을 언급하며 “(케냐인들은 과거 식민지배 기억 때문에) 대대로 영국을 싫어했다”고 비꼬았습니다. 2018년에는 한 칼럼에서 이슬람 전통 의상인 부르카를 입은 여성에 대해 ‘은행 도둑처럼 보인다’고 묘사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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