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인 ‘싱글벙글쇼’의 새 진행자로 발탁된 방송인 정영진이 자질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33년간 호흡을 맞추며 청취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강석과 김혜영 대신 여러 차례 여성혐오성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정영진이 이 프로그램을 맡는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MBC는 봄 개편을 맞이해 MBC 표준FM ‘싱글벙글쇼’ 진행자를 강석, 김혜영에서 팟캐스트로 유명한 정영진과 가수 배기성으로 교체한다고 밝혔다. 1973년 6월 첫 방송을 시작한 ‘싱글벙글쇼’는 MBC 라디오를 대표하는 시사 풍자 프로그램이다. 강석과 김혜영은 각각 1984년, 1987년 합류해 33년간 찰떡 같은 호흡을 맞추며 ‘싱글벙글쇼’를 진행해 왔다.
30년 이상 청취자들과 함께해온 만큼 진행자 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날 ‘싱글벙글쇼’ 홈페이지에는 하루 만에 1,000개가 넘는 의견이 올라왔는데 대부분 진행자 교체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는 글이었다. ‘DJ 교체는 사실상 프로그램 폐지’라고 표현하는 청취자도 적지 않다.
일부 청취자들은 정영진의 과거 발언을 문제 삼으며 ‘싱글벙글쇼’ 진행자로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싱글벙글쇼’를 이어 받게 될 정영진은 국회방송 ‘빅데이터 시사토론’, XTM ‘M16’, SBS 파워 FM ‘호란의 파워FM’ 등의 라디오 및 다양한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최근엔 팟캐스트 ‘정영진 최욱의 불금쇼’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 등을 진행했다.
그는 2017년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방송된 EBS TV ‘까칠남녀’에서 했던 발언으로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그는 당시 “한남충이라는 단어가 기분 나쁘지 않다. 나는 해당하지 않으니까. ‘김치녀’라는 말이 기분 나쁜 여자들은, 자기가 살짝 김치녀인데 아니라고 하는 여자들”이라고 말해 여혐 발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또 데이트 비용 지불에 대해서도 “여성들이 (데이트에서) ‘내가 이만큼 너와 놀아줬으니까, 넌 이만큼 해줘야돼’라는 마음가짐이라면 그건 넓은 의미에선 매춘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말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의견제시 처분을 받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여자의 적은 여자가 맞다” “김치녀 광고가 많은 이유는 지갑을 열 사람이 남자라서 그렇다” 등의 말로 질타를 받았다.
정영진의 여혐 발언을 문제 삼는 청취자들은 그가 ‘싱글벙글쇼’ 진행자로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시사 풍자로 유명한 프로그램에서 이처럼 여성에 대해 왜곡된 시선을 가진 진행자가 균형 잡힌 발언을 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다.
한편 강석과 김혜영은 오는 10일 방송을 끝으로 ‘싱글벙글쇼’에서 하차하고, 11일부터는 정영진과 배기성이 마이크를 넘겨받는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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