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라디오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인 ‘싱글벙글쇼’의 진행자로 33년간 호흡을 맞추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해온 강석(68)과 김혜영(58)이 마이크를 내려놓는다.
6일 MBC는 봄 개편을 맞아 11일부터 ‘싱글벙글쇼’의 진행자를 팟캐스트 방송인 정영진과 가수 배기성으로 교체한다고 밝혔다. 강석과 김혜영이 진행하는 ‘싱글벙글쇼’는 10일 마지막으로 방송된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연주곡을 시그널로 가져온 ‘싱글벙글쇼’는 시사 콩트의 싹을 틔운 프로그램이다. 다양한 정치ㆍ사회 이슈를 재치 있는 유머와 풍자로 풀어내 서민들의 대나무숲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석과 김혜영은 각각 1984년, 1987년 이 프로그램에 합류한 뒤 지난 33년간 부부라는 오해를 받을 만큼 찰떡 같은 호흡으로 청취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강석은 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 등 유명 정치인들의 성대모사로 인기를 끌었다.
현존하는 단일 프로그램 최장수 진행자로 강석은 2005년, 김혜영은 2007년 ‘골든마우스’ 상을 받았다. MBC 라디오국이 20년 이상 진행한 DJ에게 주는 상이다.
하차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날 방송에서 강석과 김혜영은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강석은 MBC에게 감사패를 받으며 “싱글벙글쇼’를 이렇게 오래할 줄은 몰랐다”며 “라디오를 사랑했던 사람이 긴 시간 동안 한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도 영광이고 원 없이 했다”고 말했다. 주말도 빠짐없이 정오쯤부터 2시간가량 방송되는 프로그램이었던 만큼 “잃어버렸던 점심시간을 찾아 이제 맛있는 밥을 먹으러 가야겠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김혜영은 “항상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걸 생각하고 있었지만, 막상 오니까 뭉클뭉클 옛 추억이 떠올라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그는 “마음이 슬프고 괴로워도 (자리에) 앉으면 웃음으로 변하는 마술 같은 프로그램이었다”며 “시청자의 말 한마디, 미소 한 번, 문자메시지 하나가 살과 피가 됐다.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33년간 연습해온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감사 인사를 건넸다.
1973년 10월 8일 방송을 시작한 ‘싱글벙글쇼’에는 허참 송해 박일 송도순 등 유명 방송인들이 거쳐갔다. 후임 배기성은 “집 나간 아들이 돌아온 것처럼 부모님께 효도하는 마음으로 방송에 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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