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남양유업 동의의결안 최종 확정
협력이익공유제ㆍ대리점단체 구성권 등 담아
대리점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충분한 협의 없이 깎았다가 ‘갑질 논란’을 불러왔던 남양유업이 대리점과의 이익 공유, 대리점단체 구성권 보장 등의 내용을 담은 시정조치안 시행에 나선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벌을 받는 대신 피해를 입은 대리점주를 구제하고 이들과의 상생에 나서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공정위는 남양유업의 공정거래법상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와 관련해 마련한 동의의결안을 4월 29일 최종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동의의결은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을 어긴 기업으로부터 피해자 구제 방안, 재발 방지 방안 등을 담은 시정조치안을 받아 심사한 뒤 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이를 이행하는 조건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소비자 불매운동의 여파로 대리점 매출이 감소하자 이를 보전하기 위해 2014년 농협 하나로마트에 납품을 대행하는 대리점을 대상으로 위탁 수수료율을 2.5%포인트 인상해 지급했다. 하지만 2016년 1월에는 해당 대리점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다시 수수료율을 2%포인트 내렸다.
공정위는 2017년 조사에 착수해 지난해 6월 남양유업에 조사 결과와 제재안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보냈고, 남양유업은 7월에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남양유업은 공정위와의 협의를 거쳐 지난 1월 동의의결안을 제출했고, 이후 이해관계인 의견 수렴 절차 등을 통해 최종안이 결정됐다.
남양유업은 수수료 인하로 피해를 입은 농협 담당 대리점과 ‘자율적 협력이익공유제’를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남양유업은 농협 담당 대리점과의 위탁거래에서 발생하는 영업이익의 5%를 대리점과 공유하고, 업황이 악화되더라도 최소 1억원을 공유 이익으로 보장하기로 했다.
농협 대리점과의 위탁수수료율은 업계 평균 이상으로 유지해 일방적 수수료 인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대리점이 도서 지역이나 영세한 하나로마트와 거래를 할 경우에는 수수료를 2%포인트 추가 지급한다는 피해구제 방안도 담았다.
남양유업은 대리점이 단체를 구성해 활동할 수 있는 권리도 보장하기로 했다. 남양유업과 대리점은 △대리점단체 가입ㆍ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가하지 않는다 △중요 조건을 변경하고자 할 때 대리점 단체와 사전협의를 거친다는 내용의 ‘남양유업 대리점 상생 협약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이밖에 남양유업과 5년 이상 거래를 해 왔고, 매출 의존도가 60% 이상인 ‘남양 패밀리 대리점’을 대상으로는 △긴급생계자금 무이자대출 △자녀 대학 장학금 △출산ㆍ양육 지원 △장기 운영 대리점 포상 등의 지원을 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향후 5년간 매년 6월 말 남양유업으로부터 각 시정방안 이행 내역을 보고받고, 동의의결안이 충실히 이행되는지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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