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What]미국 서 ‘KBO리그’ 뜻 밖의 인기몰이… 왜?
“나는 한국 야구팀에 완전 빠져있어. NC 다이노스!”(col****)
“한국 야구 팬들은 최고야. 미국인들을 반겨줘서 고마워.”(sco****)
메이저리그 팀이 없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야구 팬들이 한국의 NC 다이노스에 푹 빠졌습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스포츠채널 ESPN에서 ‘2020 신한은행 쏠(SOL) KBO리그’가 생중계된 후 야구 팬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팬심을 드러내고 있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메이저리그(MLB)를 포함해 미국 내 야구 경기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KBO가 새로운 볼거리로 떠오른 겁니다. 한 경기만으로 한국 야구에 대한 관심이 이토록 폭발적으로 증가하다니 신기하기도 합니다.
ESPN은 5일 오후 1시 5분(한국시간·미국 동부 시간으로는 오전 1시)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생중계 해 팬들을 설레게 하기도 했죠. 심지어 한국 방송사들보다 먼저 야구장 모습을 실시간으로 내보낸 겁니다. 이날 NC와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전은 4-0 NC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NC), NC 팬으로 입덕 시작하다
그런데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야구 팬들은 NC를 두고 마치 지역팀을 보는 듯 친근감을 느끼나 봅니다. 경기가 끝난 직후 NC가 ‘노스 캐롤라이나’ (North Carolina)의 줄임말이라며 열렬한 응원을 보냈거든요.
몇몇 야구 팬들은 공룡 화석이 많이 발굴되는 지역적 특성과 공룡 ‘다이노소어’(Dinosaur)에서 유래한 NC의 명칭(다이노스)을 엮어 의미를 부여했어요. 노스캐롤라이나 주도인 랄리의 자연사 박물관에는 미국에서 가장 큰 공룡 뼈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한 주민은 자신의 SNS에 공룡 사진을 올리고 “‘NC 다이노스’가 ‘다이노소어’의 줄임말이었으면 좋겠다. 그게 아니라면 몹시 실망할 듯”(Dan****)이라고 말했죠. 너무 억지라고 웃을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NC에 대한 야구 팬들의 애정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덩달아 NC의 마스코트인 공룡 ‘쎄리’의 인기도 상승했어요. 귀여운 외모에 건장한 체격, 힙합 분위기 물씬 나는 커다란 목걸이까지, 개성 넘치는 쎄리의 모습이 흥미롭게 다가왔던 거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재미있는 사진도 확산 중인데요. 사진 속 내용은 이렇습니다. 세계지도 앞에 서 있는 한 소년에게 프랑스 위치를 묻자 그는 손가락으로 나라 위치를 가리킵니다. 브라질도 곧잘 찾아내죠. 그러다 경남 창원이 어디 있는지 묻자 소년은 가슴에 손을 얹습니다. NC의 연고지인 창원은 ‘우리들 마음 속에 있다’라는 뜻이랍니다.
급기야 노스캐롤라이나에 연고를 둔 마이너리그(트리플에이) 야구팀 ‘더램불스’도 공개 지지에 나섰습니다. 5일 SNS 공식 계정에서 “우리는 한국프로야구(KBO)에서 어떤 팀을 응원할지 정했다. 이제 NC 팬 계정을 운영하겠다”며 재치 넘치는 농담을 던졌죠. 더램불스는 이날 또 다른 글에서 “우리는 이것이 아름다운 우정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NC다이노스 팬’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이기도 했습니다.
한글 채팅 번역까지…‘K야구’ 열풍으로 확장하나
NC 뿐만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벌써 한국의 또 다른 팀을 골라 응원하거나, 야구 관행을 익히는 등 한국의 스포츠 문화를 소비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요. 속칭 ‘빠던’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의 배트 플립(홈런을 치고 배트를 던지는 행위) 관행도 화제가 됐죠. 배트 플립은 미국에서는 무례한 행위로 치부되지만, 한국에서는 화려한 세레모니 중 하나로 여겨져요. 이날 경기에서 금기시 되던 배트 플립을 원없이 감상해 짜릿함을 느낀 팬들이 많았던 겁니다.
온라인에선 재밌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요. 심지어 한국 야구 팬들의 대화를 분석하기 위한 ‘채팅 번역기’도 등장했습니다. ‘ㅋㅋㅋ’는 ‘lol’, ‘ㅜㅜ’는 ‘sad’, ‘나이스(ㄴㅇㅅ)’는 ‘nice’, ‘ㄷㄷ’는 ‘amazed’ 등 한국에서 잘 쓰는 채팅 용어를 영어로 번역했어요.
이날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외야 피자광고에 등장한 개그맨 김준현이 난데없이 ‘피자가이’로 이름을 날리기도 했고요. 종종 비주류로 취급 받던 K팝 팬들은 “(아시아 문화인) K팝에 열광한다고 놀리더니 본인들은 새벽 1시에 잠도 자지 않고 KBO를 보면서 응원하고 있다”고 재미있어 하기도 했죠.
외신의 평가는 어떨까요. 파이낸셜타임즈는 1면 톱 기사에 한국 야구 개막 소식을 올려 이날의 분위기를 전했죠. 미국 지역지 보스턴 헤럴드는 ‘스포츠에 굶주렸다면 KBO리그를 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어요. KBO리그가 낯설 야구 팬들을 위한 기사도 쏟아졌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KBO리그의 정보를 상세히 제공하고 KBO리그와 메이저리그의 차이점을 설명하기도 했죠.
미국 야구 팬들의 ‘K야구’ 사랑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 메이저리그가 언제 개막할지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죠. ESPN은 5일 경기를 시작으로 하루 한 경기씩 KBO리그를 생중계하기로 했어요. 뜻밖의 ‘K야구’ 열풍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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