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김모(29)씨는 지난 3월부터 일자리를 잃었다. 매출 감소를 고민하던 카페 사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맞아 결국 폐업을 결정하면서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김씨는 올해 취업을 계획 중이었지만 기업들이 채용 시기를 미루면서 이마저도 불투명하게 됐다. 김씨는 “전공과 상관없는 직장이라도 일단 원서를 넣고 봐야 할 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용 한파가 청년층에 더 가혹하게 몰아치고 있다. 당장은 청년층의 서비스업 일자리부터 급감하는 분위기인데, 2분기부터는 제조업 등 주력산업에서 본격적인 고용 삭풍이 몰아칠 거란 전망이 높다. 특히 사회생활 진입 초기에 받는 청년층의 고용 충격은 아예 장기화,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15~29세 고용률(계절조정 기준)은 41.6%로 지난해 12월(44.2%)과 비교해 2.6%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고용률(61.3%→60.0%)보다 두 배 이상의 감소폭이자, 전 연령대에게 가장 높은 감소율이다.
청년 고용 한파가 먼저 불어 닥친 곳은 ‘대면 서비스업’이다. 올 3월 청년 고용률은 지난해 3월과 비교해도 1.9%포인트 하락했는데, 이 중 △교육(-0.4%포인트) △숙박ㆍ음식점(-0.3%포인트) △사업시설관리ㆍ지원 및 임대(여행업 등ㆍ-0.2%포인트) △예술ㆍ스포츠ㆍ여가(-0.1%포인트) 등 서비스업 관련 4개 업종이 1.0%포인트를 차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이 서비스업 고용에 이어진 것이다.
더 큰 고용 충격은 2분기에 나타날 수 있다. 3월 중순 이후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로 감염이 확산된 영향이 아직 반영되지 않았는데, 제조업 등의 위축으로 이어진다면 금융위기 때처럼 시차를 두고 고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청년 고용의 현황 및 정책제언’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기 당시 고용 충격은 성장률 하락이 본격화된 2008년 4분기보다 3개월 가량 늦은 2009년 1분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2009년 1분기와 2분기에는 청년층과 30대의 고용률이 전년 대비 2%포인트 이상 줄어들기도 했다.
한요셉 KDI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고용위축은 해외 요인이 큰 영향을 미쳤는데, 이번에도 해외 수요가 감소하면 고용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당시와 비슷한 수준의 충격이 온다고 가정할 때 청년층 고용률 기준 1%포인트, 취업자 수는 10만명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청년 시기의 고용 사정은 장래 임금 수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KDI에 따르면 첫 취업이 1년 늦을 경우 향후 10년 간의 임금은 동갑내기보다 연 평균 4~8% 낮아진다. 경기 영향으로 첫 직장에 10% 낮은 임금을 받은 채 취업하면 10년 뒤에도 그 영향이 이어진다.
한요셉 위원은 “금융위기 당시 취업 고초를 겪은 청년들에게 10년 이상 부정적 영향이 지속되고 있다”며 “미취업 청년에 대한 일자리 창출과 인력 양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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