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ㆍ경제 다룰 다른 그룹 마련”
경제 위해 보건당국 힘빼기 논란
마스크 공장 찾아 38일 만에 외출
공장 시찰 중엔 마스크도 안 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달 이상 백악관에 갇혀 지내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외부 행보에 나서며 경제활동 재개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미국 내 발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백악관의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해산까지 추진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애리조나주(州) 피닉스의 마스크 제조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TF가 훌륭한 일을 했다”면서 “이제 안전과 (경제) 재개를 다룰 다른 그룹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TF가 해산되더라도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과 데보라 벅스 조정관은 조언자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의 정점을 지났다는 판단에 따라 경제 재개를 중점에 두는 새로운 자문그룹을 꾸리겠다는 의미다. 앞서 펜스 부통령도 “이달 말쯤 코로나19 대응 기능을 연방재난관리청(FEMA)으로 넘기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외부 행보는 3월 28일 버지니아주 노퍽에서 열린 해군 병원선 출항식 참석 이후 38일만이다. 미국이 코로나19 확산세를 잡고 경제활동 정상화의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경제 재개시 새로운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실업자가 3,000만명 이상 급등한 점을 들며 경제 재개를 정당화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새 그룹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경제 참모들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두고 재선가도에 비상이 걸린 트럼프 대통령이 무리한 경제 재개를 위해 보건당국의 견제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파우치 소장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경제 재개나 치료제 관련 발언 등에 제동을 걸어왔다. NYT는 “TF의 점진적 종말은 행정부가 복잡하고 생사가 달린 결정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과학자와 보건 전문가에게 적절한 발언권을 줄지에 관한 의문만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 공장을 방문하면서 정작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도 도마에 올랐다. 그는 백악관을 나설 때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곳이라면 착용하겠다”고 했지만 공장 시찰 중에는 마스크 대신 보호안경을 착용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공장 측이 대통령과 외부 방문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고 알려왔다”고 설명했지만, 직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고 시설 일부에도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는 게시물이 붙어 있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미국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이날로 120만명, 사망자는 7만1,000명을 각각 넘었다. 최대 발병 지역인 뉴욕주는 고비를 넘긴 듯하지만 중서부 지역에선 매일 확진자와 사망자가 각각 2만명과 1,000명을 웃도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보건당국을 무력화하고 경제 재개에만 몰두하다간 2차 파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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