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유전자 백신 앞서지만
어느 쪽이 앞설지 단언은 어려워
국내 연구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용 백신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 단백질과 유전자 기반의 백신 후보물질 모두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키는 항체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다. 두 종류의 백신 상용화를 놓고 선두 다툼까지 벌어지는 모양새다. 현재로선 유전자 백신이 앞서 있지만, 제품화 가능성은 어느 쪽이 먼저라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바이오기업인 제넥신은 개발 중인 코로나19 예방용 유전자(DNA) 백신 후보물질을 투여한 원숭이에서 ‘중화항체’가 만들어졌다고 6일 밝혔다. 여러 가지 형태의 DNA 백신을 건강한 원숭이 20마리에 투여하고 약 한 달 뒤 혈액을 검사한 결과, 대부분의 원숭이에게서 중화항체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중화항체는 바이러스 같은 병원체가 인체에 침입했을 때 세포를 방어하는 면역체계의 핵심 물질로, 병원체에 감염되거나 백신을 맞아 병원체를 접한 뒤 체내에 후천적으로 만들어진다.
성영철 제넥신 대표는 “전임상시험(동물실험)은 완료됐고,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약 2주 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할 예정이다”며 “임상 1상을 국내에서 진행한 다음 2, 3상은 남아메리카나 동남아시아, 러시아 등 환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는 국가로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독성을 약화시킨 바이러스를 몸에 투여하는 전통적인 백신과 달리 유전자 백신은 바이러스의 특징적인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DNA, RNA)를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생명공학 선진국을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며,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그런데 유전자 백신은 다른 질병에서도 제품으로 출시된 적이 없는 신기술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코로나19용 유전자 백신의 경우 이른 시일 내에 상용화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유다.
이날 한국생명공학연구원도 자체 개발한 단백질(서브유닛) 백신 후보물질을 실험용 쥐와 기니피그, 돼지에 투여한 결과 역시 중화항체가 만들어졌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단백질 백신은 유전자가 아니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 중 숙주세포와 반응을 일으키는 일부 부위만 본떠 만든 것이다. 이런 부위는 표면 단백질의 약 20%에 해당하는데, 생명연 이외에도 많은 연구기관이나 기업들이 유사한 방식으로 단백질 백신을 개발 중이다. 단백질 백신은 폐렴구균 감염증이나 구제역 등 여러 질병에 대해 이미 제품이 출시돼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단백질 백신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정대균 생명연 책임연구원은 “누가 먼저 효능 좋고 안전한 단백질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라며 “초기부터 이미 기업과 함께 개발하면서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명연은 휴벳바이오에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백신 기술을 이전하는 계약을 맺었다. 휴벳바이오는 올해 안에 코로나19 단백질 백신 전임상시험을 마칠 계획이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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