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국 프로야구(KBO) 개막은 TV 리모컨을 부여잡고 안절부절못하던 전 세계 스포츠 팬에게 단비였다. ESPN은 최초로 KBO 경기를 생중계했고, “노스캐롤라이나(NC)에 사니까 NC 응원해야지”라는 한 미국인처럼 해외 팬들은 빠르게 KBO 경기에 적응했다. 첫날 ESPN 중계의 화제는 ‘배트 플립’이었다. NC 모창민이 삼성과의 경기에서 6회 초 홈런을 친 후 배트를 던지자 중계진은 “첫 번째 배트 플립이 나왔다”며 신나했다. 직전 박석민이 홈런을 치고도 그냥 넘어가 “배트 플립 나왔나요”라며 아쉬워하던 차였다.
□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의 배트 플립은 ‘벤치 클리어링’을 부르는 도발이자 금기지만 KBO에서의 ‘빠던(빠따 던지기)’은 예술적 경지에 이른 흥미 요소다. 온몸을 던지는, 패대기를 치는, 화려하게 돌리는 선수마다의 빠던 스타일이 있고 레전드 영상이 돈다. 해외 팬들도 빠져든다. 그 중에서도 인기는 실패한 빠던이다. 최준석이 신나게 배트를 던졌으나 파울이 돼 멋쩍게 다시 집는 장면, 전준우가 빠던에 손가락 세리머니까지 했다가 담장 앞에서 공이 잡혀 멍한 표정을 짓는 장면 같은 것들이다.
□ ESPN은 4일 한국 빠던의 뿌리를 찾는 2016년 기사를 다시 올렸다. 선수들은 “일부러 빠던을 하는 건 아니다”고 말하지만 “팬들이 좋아하니까”라는 답을 내놓는다. 한 팬은 기자에게 2015년 프리미어리그 4강 한국ᆞ일본전에서 오재원의 빠던 영상을 보여 준다. 한국팀은 이날 0대 3으로 뒤지다가 9회에 4대 3으로 뒤집었다. 오재원의 빠던 타격은 아웃이었지만 상관없다. 팬들은 그저 환호할 계기가 필요했다. 기사는 한국의 야구문화가 미국과 달리 얼마나 열광적인지를 보여줌으로써 빠던을 이해하고자 한다.
□ 이런 문화에서 무관중 경기는 사실 고문이다. 경기장에서 함성을 지르거나 야유하며 모두 하나가 되는 일체감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야구가 아닌 것이다. 그래도 돌아온 야구가 고맙다. 6,800여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에서 ‘코로나 의병’을 모집했던 대구시의사협회장의 시구가 꿈만 같다. LG가 잠실구장에 틀어 놓은 팬들의 응원에, SK가 인천구장 관람석에 걸어 놓은 ‘무’관중 플래카드에 함께하고픈 마음을 보낸다. 조만간 세계화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저 화려한 빠던을 직관하게 될 그날을 고대하며.
김희원 논설위원 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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