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한 코로나 대응ㆍ긴급사태 연장 비판 불식
제조사 회장과 골프친구ㆍ정부선 ‘아베간’ 비판
NYT “지도자가 잘못된 약 홍보하면 재앙될 수도”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로 자국에서 개발된 ‘아비간’을 이달 말까지 승인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아비간은 치료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고 ‘기형아 출산’이란 치명적 부작용도 안고 있어 논란이 거세다. 정부가 사용 승인을 서두르는 배경에 주먹구구식 감염병 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4일 긴급사태 선언 연장을 발표한 기자회견에서 “아비간은 이미 3,000회 가까운 투여와 임상시험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면서 “유효성이 확인되면 의사 처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이달 내 승인을 목표로 하고 싶다”고 밝혔다. 승인 시기는 당초 6,7월로 예상됐지만 아베 총리가 주도해 앞당긴 것이다.
아베 총리는 그간 후지필름 도야마화학이 개발한 아비간 홍보에 앞장서 왔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3월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전화통화 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아비간의 긴급 사용 승인을 미 식품의약국(FDA)에 압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16일 주요 7개국(G7) 정상 화상회의에서 아비간의 무상 공여 의사를 밝혔고,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장관은 지난달 말 이 약품을 요청한 나라가 약 80개국에 이른다고 공개했다. 일본 정부는 긴급 경제대책에도 200만명에게 투여 가능한 아비간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포함시키는 등 기대치를 한껏 높이고 있다.
언론 보도에도 의료진의 장밋빛 전망과 아비간 처방을 받은 유명인사들의 극찬만 넘쳐난다. 기형아 출산 등 부작용 가능성은 거의 조명되지 않고 있다. 아비간은 효과 논란으로 승인 신청 후 3년이 경과한 2014년에야 신종플루에만 사용한다는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이에 충분한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서둘러 승인 방침을 내비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아베 총리와 고모리 시게타카(古森重隆) 후지필름홀딩스 회장이 막역한 골프 친구이기 때문이다. 총리관저가 아비간 승인을 밀어붙이면서 정부 내에선 ‘아베간’이란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6일 아비간과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제로 밀어붙이다 역풍을 맞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례를 비교했다. NYT는 “정치 지도자가 올바른 치료를 지원하면 생명을 구하는 장점을 넘어 정치적 자산을 강화하고 국제적 명성과 기업 이윤을 증대시키지만 잘못된 약을 홍보할 경우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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