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5ㆍ18민주화운동 사적지인 광주 동구 불로동 옛 적십자병원 매각이 2차례 유찰되자, 소유주 측과 수의계약 협상을 벌이고 있다.
6일 시에 따르면 학교법인 서남학원 청산인은 최근 적십자병원 토지와 건물 매각을 위한 일반경쟁 입찰을 했지만 지난 4일 개찰 결과, 광주시만 단독 응찰해 유찰됐다.
경쟁입찰이어서 2곳 이상이 참여해 높은 가격을 제시한 측이 적십자병원 부지와 건물 등의 매입자로 선정되지만 시만 홀로 입찰해 자동으로 유찰된 것.
매각 대상 토지는 2,393㎡, 건물 6개동 3,918㎡로 광주시는 88억7,000만원을 입찰가로 제시했다. 청산인이 제시한 금액보다 약간 높은 가격이었다.
시는 이에 따라 입찰 당일 청산인 측과 수의계약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시는 5월 광주정신이 깃든 역사적인 장소인 만큼 반드시 매입해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청산인 측은 다음 주 중에 이사회를 열어 3차 입찰이나 수의계약 등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5ㆍ18사적지 제11호인 적십자병원은 1980년 5월 당시 긴박한 상황에서도 의료진이 부상하고 헌혈행렬로 뜨거운 시민정신을 나눈 공간이다. 1954년 건립돼 공공보건의료 기관 역할을 하다 1995년 매각돼 서남대 의대병원으로 운영됐으나 재단비리 후유증과 경영난 등으로 2014년 휴업했으며, 2018년 대학이 폐교되면서 지금까지 방치되고 있다. 지난해 8월 교육부로부터 재산매각 승인을 받아 공개매각을 추진 중이다.
시 관계자는 “5월 단체 등이 5ㆍ18민주화운동의 상징성을 가진 적십자병원의 매입을 요청해 매각대금 90억원을 추경 예산에 편성했다”며 “적십자병원 청산인(채권자) 이사회에 수의계약이나 협의매입이 가능하도록 안건 채택을 요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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