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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결국 ‘눈엣가시’ 방송사 폐쇄… 장기독재 플랜 가동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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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테르테 결국 ‘눈엣가시’ 방송사 폐쇄… 장기독재 플랜 가동되나

입력
2020.05.06 17:00
수정
2020.05.06 19:2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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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CBN 송출 중단시켜

야권ㆍ시민단체 “맞서 싸우겠다”

5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ABS-CBN 노동자들과 전국기자연맹 회원들이 정부의 방송사 폐쇄 결정에 반발해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마닐라=AFP 연합뉴스
5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ABS-CBN 노동자들과 전국기자연맹 회원들이 정부의 방송사 폐쇄 결정에 반발해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마닐라=AFP 연합뉴스

필리핀의 ‘철권통치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정권 비판 보도를 이어가던 최대 방송사를 전격 폐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빌미 삼아 계엄령 선포를 추진 중인 두테르테 대통령이 언론 장악을 신호탄으로 장기독재 체제 구축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6일 필리핀스타 등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필리핀 통신위원회는 전날 0시를 기점으로 ABS-CBN TV 및 라디오방송 송출을 모두 중단시켰다. 통신위는 “방송사업권이 의회에서 갱신되지 않아 25년의 사업허가 기간이 만료됐다”고 폐쇄 이유를 밝혔다. 필리핀에서는 방송 사업권 허가 및 갱신 권한이 의회에 있다.

하지만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5월 중간선거를 통해 친(親) 두테르테 세력이 상ㆍ하원을 모두 장악한 의회가 고의로 사업권을 연장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ABS-CBN은 필리핀 전역에 42개의 지국을 둔 최대 민영 방송사로 2016년 두테르테 정권이 출범과 동시에 단행한 ‘마약과의 전쟁’ 초기부터 비판적 보도를 지속해왔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언론탄압은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정점에 달했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3월 통과시킨 비상사태법에 언론통제 조항을 슬며시 끼워 넣은 뒤 반대 세력 억누르기를 연이어 진행 중이다. 지난달에는 루손섬 봉쇄령 등을 비판한 수도 마닐라의 대학신문 편집장과 기자들을 연행한 후 형사처벌을 예고하고 공개 사과까지 강요한 바 있다. 앞서 2018년에도 두테르테가 ‘가짜 뉴스’로 지목한 온라인매체 래플러의 등록을 외국자본 투자 유치를 이유로 취소했다.

두테르테 반대파는 즉시 항전 태세에 돌입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느 때보다 정확한 정보전달이 필요한 시기에 정치적 이기심이 불거져서는 안된다”며 “ABS-CBN 방송 재개를 위해 맞서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의 부치 올라노 필리핀 사무소장은 “이번 조치는 독재국가가 뉴스 매체를 장악하는 계엄령을 연상시킨다”면서 “지금은 필리핀 언론 자유에 있어 암흑기”라고 비난했다. 필리핀에서 방송사 폐쇄는 1972년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당시가 유일하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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