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U+와 독점계약 11월 만료
3대 업체와 모두 손잡으려
“가입자ㆍ매출 증가 효과 적다”
부정적 기류에 전망은 어두워
미국 영상 콘텐츠업체 넷플릭스가 KT, SK, LG유플러스 등 국내 인터넷서비스업체(ISP)들과 제휴 확대를 추진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인터넷 망 이용료를 놓고 법적 분쟁을 벌이며 한편으로 제휴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6일 IT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LG유플러스의 독점 제휴 계약이 올해 11월 만료됨에 따라 제휴 확대를 위해 3개 ISP들과 접촉 중이다. 그러나 4개사의 생각이 모두 달라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 중심에 실익 논란이 있다.
◇KT와 SK, “넷플릭스 제안, 고압적이고 실속 없다”
KT와 SK텔레콤 및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리스 제휴에 부정적이다. 최근 넷플릭스와 제휴를 검토했던 KT는 당분간 제휴를 하지 않는 쪽으로 기울었다. KT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제휴를 다각도로 검토했으나 부정적 의견이 많아 미뤘다”며 “가입자나 매출 증대에 큰 효과가 없을 것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KT는 주문형 비디오(VOD) 매출 감소와 데이터량(트래픽) 증가를 우려했다. KT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제휴하면 VOD 매출을 갉아먹을 수 있고 트래픽 때문에 망 부담이 커진다”고 덧붙였다.
이 과정에서 넷플릭스의 제안이 ‘고압적’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KT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요구가 동등하지 않고 고압적”이라며 “전용 서비스 마련과 리모컨 개발 등이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SK도 마찬가지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복수의 국내 ISP와 제휴하면 독점 제휴와 달리 콘텐츠 차별성이 사라져 실익이 없다”며 “VOD 매출도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SK는 근래 넷플릭스의 이용자 증가를 일시적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효과’로 본다. 로이터에 따르면 넷플릭스 가입자는 1분기에 1,580만명이 늘어난 1억8,290만명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가입자 증가는 코로나19 이후 ISP들의 VOD 매출 증가와 같다”며 “비접촉 상황이 완화되면 가입자 증가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SK “제휴보다 망 이용대가 받는 것이 실속있다”
따라서 SK는 넷플릭스에 제휴보다 인터넷 망 이용료를 받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소송이 1년 이상 갈 것”이라며 “SK가 망 이용료 총대를 맨 만큼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망을 증설하면서 소송에 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지난 3월 자체 드라마 ‘킹덤2’를 공개한 이후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해 자체 인터넷망에 부담이 되고 해외 인터넷망 접속비가 증가했다며 넷플릭스에 비용 분담을 요구했다. 이에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가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월 이용료를 받으면서 비용 분담을 요구하는 것은 이중 청구라며 거부하고 해외 망 이용을 줄여주는 중계서버(캐시서버) 설치를 제안했다. 그러나 제안이 무산되자 넷플리스는 지난달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비용 분담 의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재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SK는 넷플릭스의 소송도 제휴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해외 진출시 약한 사업자와 먼저 손잡아 발판을 마련한 뒤 1,2위 사업자로 제휴를 확대한다”며 “이 단계에서 망 이용료 분담을 요구하자 소송을 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SK는 넷플릭스가 해외에서 인터넷 망 이용료를 낸 근거가 없다는 점이 부담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미국 버라이즌, AT&T, 컴캐스트, 프랑스의 오렌지 등 ISP에 망 이용료를 냈다고 알려졌으나 모두 언론보도일 뿐”이라며 “비밀 유지 계약에 따라 당사자들이 사실 여부를 공개하지 않아 해외 사례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LG유플러스 “가입자 늘어 넷플릭스 제휴 지속할 것”
반면 LG유플러스는 2018년 11월에 넷플릭스와 인터넷TV(IPTV) 독점 제휴를 맺으며 가입자가 늘었다고 강조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넷플릭스 제휴 이후 IPTV 가입자가 9.5% 증가했다”며 “전체 430만명 중 40만명 정도를 넷플릭스 제휴 효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기간에 넷플릭스 국내 가입자는 30만명에서 270만명으로 9배 증가했다.
LG유플러스는 VOD 매출 감소도 없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독점 콘텐츠가 많고 해외 드라마에 강하다”며 “우리 영화 및 지상파 방송 위주인 VOD와 겹치지 않아 VOD 매출이 줄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제휴를 지속할 방침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제휴를 계속 연장할 것”이라며 “독점 제휴 여부는 넷플릭스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통신3사, 케이블방송까지 제휴 확대할 것”
넷플릭스는 올해 국내 모든 ISP들과 제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통신 3사 및 케이블방송(SO) 등에도 제휴를 제안하고 있다”며 “대화면으로 영상을 보려는 이용자들을 위해 TV를 겨냥한 제휴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넷플릭스는 리모컨과 셋톱박스 등 하드웨어 개발을 중요하게 본다. LG유플러스도 별도로 리모컨 및 셋톱박스를 개발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넷플릭스 버튼을 넣은 리모컨 개발에 10개월 걸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넷플릭스는 KT와 제휴에 관심이 많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LG유플러스와 제휴를 맺고 가입자 증가 등 좋은 효과를 봐서 KT에 계속 제안을 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공개할 만큼 진전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하고도 제휴를 원하고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와 소송이 아닌 제휴로 문제를 풀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오픈 커넥티드라고 부르는 캐시서버 기술로 SK브로드밴드의 트래픽과 해외 인터넷 망 이용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SK는 오픈 커넥티드를 신뢰하지 않는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오픈 커넥티드만 도입하면 트래픽 부담이 줄어든다고 말하지만 오픈 커넥티드를 도입한 유럽에서 고화질(HD)을 일반 화질(SD)로 낮춘 것은 그렇지 않다는 반증”이라고 반박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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