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첫 날 오후, 백화점 ‘샤넬’ 매장 대기 인원 70팀
황금연휴 백화점 명품 매출 20%대↑
교외 아웃렛도 북적… 소비 양극화 우려도
‘황금연휴’ 첫날이던 지난달 30일 오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찾은 조모(40)씨는 명품 브랜드 ‘샤넬’ 매장에 들어가려다 직원에게 제지 당했다. 대기 고객이 많아 이날 쇼핑은 어렵다는 이유였다. 폐점이 두 시간 정도밖에 안 남은 오후 6시인데, 매장 직원이 보여준 태블릿PC에는 무려 70팀이 대기 목록에 올라 있었다. 이들이 근처에서 ‘지금 오시라’는 매장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 직원은 “전화 예약은 받지 않으니 내일 일찍 오시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백화점 내 다른 명품 매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움츠렸던 소비심리가 고가의 명품 소비시장에서 활발하게 기지개를 펴는 양상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연휴 기간(4월 30일~이달 3일) 신세계ㆍ롯데ㆍ현대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지난해 비슷한 시기의 연휴(5월 3~6일) 때보다 대폭 늘었다. 백화점별 명품 매출 신장률은 신세계 22.1%, 롯데 19%, 현대 21.7%였다.
억눌렀던 소비 욕구를 보란듯 펼치는 모양새라 ‘보복소비’로도 불리는 소비 행태의 명품 지향은 지난달 백화점 세일 기간(4월 3~19일)에도 조짐을 보였다. 이 기간 롯데백화점의 전체 매출은 세일 행사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15.5% 감소했지만 명품 매출만큼은 8% 증가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전체 매출은 각각 10%대로 떨어졌지만 명품 매출은 6~8%대 성장했다.
업계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서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를 위해 쇼핑을 자제해온 소비자들의 보상심리가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런 보복소비가 명품시장에서 유난히 폭발적인 이유에 대해선 △과시적 소비의 일시적 증가 △구매력 높은 고소득층의 선제적 소비 재개 등이 꼽힌다.
제품 구매뿐 아니라 명품 브랜드를 내건 전시회도 호황이다. 지난달 17일부터 ‘구찌’가 서울 종로구 대림미술관에서 진행하는 미술 전시회 ‘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는 코로나19로 사전 예약제를 시작하자마자 4월 전시 신청이 마감됐다. 이달 연휴와 주말도 매진 행렬이다. 작품 수도 적고 난해하다는 지적에도 명품 브랜드의 소구력이 그만큼 강하게 작동한다는 의미다.
연휴 기간 주로 명품을 취급하는 교외형 아웃렛 매장도 손님들로 북적였다. 롯데쇼핑의 6개 아웃렛 점포는 연휴 나흘 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 증가했다. 고가의 가전제품이나 가구도 묵혀 뒀던 소비심리를 자극하며 같은 기간 백화점 매출이 10~20% 상승 곡선을 그렸다.
업계 관계자는 “쇼핑몰들은 6일부터 생활방역으로 코로나19 대응 체계가 전환되고, 어버이날 등 가정의 달 행사도 남아있어 매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백화점과 아웃렛에 이어 대형마트, 외식계 등 오프라인 매장이 다시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명품 보복소비가 소비 양극화의 방증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소비시장의 전반적 회복이 필요한 현 상황에서 소비심리가 부유층이나 고가 제품에 국한돼 살아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중소기업 제품이나 전통ㆍ재래시장에서도 소비가 살아나야 실물경제가 회복될 수 있는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이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같은 규제책은 소비 저변을 넓히는 효과가 적다”며 “가족 단위 등 소비자를 대거 전통ㆍ재래시장으로 끌어들일 만한 매력적인 서비스를 고민해야 소비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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