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보험 소장 뜯어 봤더니…
“미 법원이 안방보험의 호텔 소유 이미 확인… 미래에셋에도 다 알렸다”
“계약금 외 계열사 출자액까지 자산 동결해 달라”
자칫 소송으로 2.6조원 묶일 수도
미래에셋그룹이 미국 내 15개 호텔을 인수하는 약 7조원 규모의 초대형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매도인인 중국 안방보험의 소송으로 자진 계약 포기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안방보험의 소장에 따르면, 안방보험은 미래에셋이 계약 해지의 근거로 든 사안들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반박하고 있다.
특히 “계약 이행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안방보험은 미국 법원에 “계약금 7,000억원뿐 아니라, 미래에셋 계열사가 출자하기로 한 2조6,000억원에 해당하는 자산도 동결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래에셋 입장에선 계약을 포기하더라도 자칫 3조3,000억원이 묶일 수 있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양측 간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미래에셋 계약 해지 이유는
5일 안방보험의 소장과 미래에셋,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계약은 안방보험이 소유한 미국 내 호텔 및 리조트 15개를 미래에셋에 58억달러(계약 당시 환율 기준 6조8,000억원)에 판다는 것이다. 계약은 지난해 9월10일 이뤄졌고 미래에셋은 계약금으로 7,000억원을 이미 지불해 계약금 대행사가 보관 중이다.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미래에셋은 계열사(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생명,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캐피탈)를 내세워 ‘출자약정서’도 체결했다. 매매대금 58억달러 중 22억달러(약 2조6,000억원)를 미래에셋 계열사가 출자하고, 수익자는 안방보험이라는 내용이다. 나머지 36억달러(약 4조2,000억원)는 미래에셋이 외부에서 조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래에셋은 지난 3일 이 계약을 해지한다고 안방보험에 알렸다. 동시에 계약금 7,000억원도 돌려줄 것을 요청했다. 미래에셋이 밝힌 이유는 “계약을 맺은 후 안방보험이 제3자와 15개 호텔 관련 소유권 소송을 진행 중인 게 확인됐는데, 안방보험이 호텔을 완전히 소유하지 않은 상태여서 더는 계약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은 또 “안방보험이 소송 관련 정보도 공유하지 않고, 호텔 소유권을 보장하는 차원의 ‘권원 보험(부동산 소유권을 보증해 주는 보험)’에서 해당 호텔들이 빠져있는 점”도 계약을 유지하기 어려운 근거로 꼽았다.
◇안방보험 “호텔 완전 소유, 이미 입증”
하지만 안방보험은 지난달 30일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에 낸 소장에서 이 같은 미래에셋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우선 15개 호텔 중 6개 호텔에 대해 걸려 있던 소유권 분쟁 소송은 모두 마무리 지었다고 주장한다. 안방보험은 “미래에셋과 매각협상을 하던 중 6개 호텔의 소유권을 제3의 회사로 넘긴다는 ‘허위 양도증서’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돼 미래에셋에 알렸다”며 “이후 ‘이 양도증서가 허위여서 취소해야 한다’는 소송을 진행 했고 미국 법원에서 안방보험의 소유권을 확인하는 최종 판결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안방보험은 소장에서 6개 호텔이 위치한 카운티 법원(오렌지, 샌프란시스코, 산 마테오, 로스앤젤레스)과 소유권 확인 판결 날짜까지 하나하나 언급하며, “지난 3월 16일을 기점으로 항소기간(60일)도 모두 지나 6개 호텔에 대한 완전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고도 밝혔다.
또 앞서 등장한 제3의 회사가 델라웨어주에서도 ‘안방보험의 미국과 캐나다에 위치한 부동산 소유권과 최대 9,000억달러를 받아야 한다’는 중재 판결을 받았다고 주장한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안방보험은 이 또한 “중재 판결은 존재하지도 않고 관련 문서는 모두 허위”라고 주장한다. 제3의 회사의 주장에 대해 델라웨어주 법원에 구제를 신청한 결과, 법원이 제3의 회사에게 “△안방보험을 상대로 중재를 주장하는 것 △모든 중재와 관련해 법원에 추가 신청하는 것 △(안방보험의) 자산에 관해 어느 법원 또는 사람에게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을 할 수 없다”고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권원 보험에서 소유 호텔들이 배제된 것에 대해 안방보험은 “보험사에서 약관상 방어 의무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지 않기 위해서 그랬을 뿐”이라며 “호텔의 권리 관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출자액 2.6조원도 처분 금지해 달라”
이런 주장을 바탕으로 안방보험은 계약서 상에 적시된 ‘온전하고 처분가능한 소유권’을 자신이 달성했다고 보고, 소송을 통해 미래에셋에 기존 계약을 이행할 것과 출자약정을 한 미래에셋 계열사에게도 계약한 2조6,000억원의 출자를 실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안방보험은 소장에서 미국 법원에 “△미래에셋 계열사가 출자약정을 해제하거나 △미래에셋과 계열사가 계약 이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방식으로 자산을 이전ㆍ처분하는 것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려줄 것”도 함께 청구했다. 미국 법원이 미래에셋의 출자약정을 강제로 유지하고, 미래에셋 계열사가 약속한 2조6,000억원에 준하는 자산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해달라는 의미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은 “소송 중에 추가 입장을 밝히는 건 불리하다”며 일단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이 사안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안방보험이 받아냈다는 법원 판결이 사실인 지, 미국 법원에 낸 청구 내용이 한국 회사에 어느 정도 구속력을 미칠 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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