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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인포데믹과 언론 자유

입력
2020.05.05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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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가 공모로 선정한 세계언론자유의 날 2020년 그래픽. 유네스코 홈페이지 다운로드
유네스코가 공모로 선정한 세계언론자유의 날 2020년 그래픽. 유네스코 홈페이지 다운로드

중국이 신종 폐렴 발병 사실을 처음 공표하고 20일쯤 지난 뒤인 1월 19일 트위터에 이런 투고가 등장한다. “우한에는 지금 5,000개의 5G 기지국이 있고 2021년까지 5만개가 된다. 이건 질병일까 5G일까?” 밑도 끝도 없는 말이었지만 여기서 힌트를 얻은 벨기에의 한 매체가 “5G는 인체에 유해하다”는 의사 주장을 곁들인 기사를 쓰고 이를 사람들이 퍼나르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번졌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인포데믹(infodemic)’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가짜 정보의 확산을 경계했음에도 불구하고 영국, 네덜란드에서 5G 기지국 여러 곳이 불타올랐다.

□지난 3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언론자유의 날’이었다.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위해 복수의 독립 언론이 필수라는 내용을 담은 ‘빈트후크 선언’을 계승해 1993년 제정된 이날에 유엔과 유네스코는 각국의 언론 탄압 실태를 되돌아보고 희생된 기자를 추모한다. 올해 행사의 초점은 코로나19였다. 유엔사무총장 메시지에도 담겼듯 진실을 전하는 기자의 역할은 비상사태일수록 더 중요해진다. 그 때문에 방역 조치로 포장한 취재 제한이 있어서는 안 되며 위험한 취재 과정에서 기자의 안전을 확보해야 함은 물론이다.

□다만 이를 요구하기 위해 기자는 “가짜 정보를 추적하고 위기 상황을 신뢰할 만하고 효과적으로 보도한다”(유네스코 사무총장)는 전제를 충족해야 한다. 코로나19와 관련된 가짜 정보를 가려내기 위해 언론이 애쓰는 것은 분명하지만 거짓 정보에 현혹될 때가 없지 않다. 위기 상황을 이념 선동의 호재로 여기는 언론이 생각보다 많다. 비단 코로나19 문제만도 아니다. 김정은 보도 역시 부정확한 정보를 걸러내려는 노력보다 거기 편승하려는 행태가 앞섰다.

□재정난을 겪던 뉴욕타임스를 인수한 아돌프 옥스가 최고의 신문으로 만들겠다며 1896년 천명한 편집 원칙은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고 누구도 봐주지 않는다(without fear or favor)”였다. 언론의 자유와 더불어 책임을 강조한 이 문구는 지금 이 신문의 취재윤리준칙 첫 머리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올해 세계언론자유의 날 주제(journalism without fear or favor)도 같다. 인포데믹의 시대에 언론은 정치권력의 탄압에 맞서고 자본의 유혹에 휘둘리지 않는 오래된 책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지 모른다. 시청률과 열독률의 노예가 되어 가짜 뉴스를 퍼나르거나 심지어 가짜 뉴스의 생산자가 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 볼때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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