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진이 잇따르는 전남 해남에서 조선 시대에 지진이 발생했다는 기록이 나왔다. 이 지역에 지진을 일으킬 만한 단층이 있고, 이 단층이 최근 재활성한 것 아니냐는 추론이 나온다.
5일 기상청이 조선왕조실록 등 문헌을 토대로 발간한 ‘한반도 역사지진 기록’을 보면 세종 18년인 1436년 2월 8일 전라도 해진(海珍)과 강진현에 규모 4의 지진이 발생했다. 해진은 현재 해남과 진도를 합친 고을 명이다.
당시 지진 발생 위치는 위도 34.6, 경도 126.7로 기록됐다. 최근 지진이 발생한 전남 해남군 서북서쪽 21㎞ 지역은 위도 34.66∼34.67, 경도 126.39∼126.41로, 오차를 고려하면 비슷한 지점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추정된다.
이 지역은 지난달 26일 규모 1.8 지진을 시작으로 4일 오후 4시까지 모두 55차례 지진이 발생했다. 그 중에는 기상청이 통보하는 규모 2.0 이상의 지진도 지난달 28일(규모 2.1), 30일(규모 2.4), 이달 2일(규모 2.3), 3일(규모 3.1) 등 4건 포함됐다.
1978년 기상청이 계기 관측을 시작한 이래 이 지역에서는 한 번도 지진이 발생하지 않다가 최근 지진이 이어지자 기상청은 4일 진앙에 실시간 임시 관측소를 설치해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해남 지역에 조사된 단층이 없었기에 초반에는 원인 모를 지진이라고 보는 분위기가 강했으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해남에도 인지하지 못한 단층이 있다는 관측에 점차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김광희 부산대 교수는 “1436년에 이 지역에서 규모 4 지진 발생 이후에도 규모6 지진이 발생하는 등 여러 차례 지진이 났다는 역사적인 기록이 있다”며 “지진 발생 위치나 규모 등이 일부 부정확할 수 있지만 당시 상당히 큰 흔들림이 있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역사 기록을 보면 결국 이 지역에 단층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최근 알 수 없는 이유로 단층이 재활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당시 연구자들이 합리적으로 위치를 추정했겠지만 (문헌 속) 지진 발생 지점은 대략적인 위치일 것”이라면서도 “최근 지진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 인지하지 못한 단층이 존재한다는 개연성은 있다”고 말했다.
한 지역에서 이처럼 연속으로 지진이 발생하는 ‘군(群) 지진’, ‘연속 지진’은 한반도에서 자주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해남 이전에는 2013년 6∼9월 보령에서 98회, 2019년 4∼10월 백령도에서 102차례 지진이 발생한 바 있다. 보령 지진의 경우 대부분 규모 2.0∼3.0이었고, 최대 규모는 3.5로 기록됐다. 백령도 지진은 대다수가 규모 1.0 미만이었고, 가장 강한 지진은 규모 2.7이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주민들은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단층 분석 작업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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