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냉면은 대표적인 간편식이자 따로국밥과 함께 대구를 상징하는 음식이다. ‘굳세어라 금순아’의 작곡자도 시장통 냉면집에서 악상을 떠올렸다니 냉면 가게가 얼마나 많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대구는 간편식이 통할 수밖에 없었다. 큰 장이 두 개나 있었다. 대구장은 조선후기와 일제강점기에 전국 3대 시장에 속했고, 효종 임금 때에 시작한 약령시는 일제강점기에 이르러서는 유럽과 아프리카산 약재까지 들어왔을 정도로 글로벌화 했다. 시장 음식은 간편 음식이기 마련, 반찬 한두 가지면 충분한 국밥과 국수가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다.
대구 최초의 평양식 냉면은 1953년에 들어왔다. 60~70년대 섬유 도시로 호황을 누린 까닭에 서문시장에는 전국에서 몰려온 손님으로 넘쳐났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시장 한켠에서 평양식 대구 냉면으로 허한 속을 달랬을까. 그렇게 평양냉면은 시장과 함께 대구의 맛으로 뿌리를 내렸다.
2020년 대구 냉면의 역사에 새로운 한 줄이 추가된다. ‘준비된 면의 도시’ 대구에 새로운 냉면이 찾아왔다. ‘닥게리 닥살 냉면’이다. 닥게리는 닭을 가두어 기르는 어리를 이르는 전남 방언이다. 닥게리 냉면은 닭가슴살 가루를 넣어서 뽑은 면이 특징이다. 닭가슴살이 퍽퍽해서 면이 뚝뚝 끊어질 것 같지만 의외로 면발이 쫄깃하다. 이 독특한 냉면의 개발자는 50년 동안 한국의 음식을 연구한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73) 선생이다.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중간쯤 되는 탄성을 가진 면을 개발하는데 2년의 시간이 걸렸다. 1인분에 50g정도의 닭가슴살이 들어가고 냉면 위에도 닭가슴살 육전을 올린다. 먹고 나면 속이 든든하다. 돌아서면 배고픈 여느 냉면과 사뭇 다르다. 육수도 일품이다. 육수는 역시 쇠고기를 쓰는 평양냉면과 달리 닭을 고아서 농축시킨다. 개발자는 “냉면 육수는 원래 꿩으로 고았는데 ‘꿩 대신 닭’이라고 우리는 닭을 써서 원래의 맛을 그대로 살렸다”면서 “특히 여름이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닥게리 냉면을 처음 선보인 김해시 장유에서는 지난해 여름에 돌풍을 일으키면서 히트 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냉면의 도시 대구에서도 통할 것이란 기대가 높은 이유다.
대구에 ‘닥게리 닥살 냉면’을 처음 가져온 김정빈(30) 사장은 “일찍 장사에 뛰어들어 커피숍을 3년 정도 하다가 20년 넘게 한식당을 해오신 어머니의 권유로 냉면에 뛰어들었다”면서 “대구가 냉면의 도시인 만큼 색다른 냉면에 대한 호응도 자못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광원 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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