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두달째 감소, 지난달엔 24% 내려… 정부 “즉각 반등 쉽지 않아”
트럼프, 관세 등 中 때리기 나설땐 대중 수출 의존 높은 한국 큰 타격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미 위기에 처한 한국의 교역 환경이 훨씬 더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99개월 만에 무역수지 적자를 맞은 상황에서 미중 무역 갈등의 악영향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두 나라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특히 높은 한국 경제는 다른 나라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된 지난 3월 이후 한국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두 달 연속 감소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수출은 24.3%나 감소해 2009년 5월(-29.4%)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이 여파로 지난달 무역수지도 9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99개월 간 이어져 오던 장기 무역수지 흑자 행진도 멈춰 섰다.
이에 대해 일단 정부는 우리 내수 시장이 다른 나라보다 양호하고, 제조업 정상 가동으로 중간재와 자본재 수입은 이어지고 있어 금융위기 때 같은 ‘불황형 적자’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무역수지 적자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이 코로나19 책임론을 둘러싸고 무역 전쟁을 재개할 경우, 이 같은 기대는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리한 여론 형성을 위해 중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중국 때리기’에 나설 경우, 코로나 사태로 이미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우리 교역 환경은 또 하나의 초대형 악재를 만나게 된다.
한국은 대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을 뿐 아니라,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에도 밀접히 연관돼 있어 양국의 무역 갈등 타격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한국의 수출은 미중 무역 분쟁 영향으로 9.8% 감소했다. 영국(-6.3%), 독일(-5.1%), 일본(-4.4%) 등을 제치고 전세계 교역 상위 10개국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 부품 공장이 멈춰서면 국내 자동차 업체가 자동차를 생산하지 못하고 이는 수출 실적 감소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주요 선진국 경제가 사실상 활동을 멈춘 상태에서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을 벌이는 것은 글로벌 경제에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도 과잉생산에 따른 지속적인 물가 하락으로 인한 경기 침체에다 미국과 유럽의 관세전쟁이 더해지면서 촉발된 만큼, 지난해까지의 미중 무역 전쟁과는 양상이 다르게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적인 방역으로 내수 회복에 힘쓰고 있는 한국 경제도 수출 부진으로 내수 경기가 또 다시 얼어붙는 악순환에 접어들 수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감염병 확산 책임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무역 갈등을 재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실물 경제 침체나 실업 등 본격적인 충격도 이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여 우리 경제가 즉각 반등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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