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경계지역 외 사회ㆍ경제활동 일부 재개
“가능한 경우 31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해제”
전문가회의선 “1년 이상 대책 필요” 견해도
경기 침체ㆍ올림픽 개최 감안한 출구 마련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에 발령 중인 긴급사태 선언 기간을 이달 31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확진자가 많은 도쿄 등 13개 특별경계지역과 나머지 지역을 구분, 특별경계지역 외의 지역에선 외출 자제와 휴업 등의 행동 제한을 일부 해제하기로 했다. 여전히 하루 신규 확진자가 200명 정도 이어져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긴급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기 악화 등을 고려한 일종의 출구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오후 코로나19 대책본부회의 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방침을 공식화했다. 그는 “당초 예정했던 1개월로 (긴급사태) 선언을 끝내지 못해 사과 드린다”며 “중소ㆍ소규모사업 종사자가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경영 환경에 처한 것을 알고 있다. 다시 1개월을 연장해야 하는 것은 애끓는 심정”이라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했다.
긴급사태 기간을 연장한 배경에 대해선 하루 100명 이상 코로나19 감염에서 회복되고 있는데 신규 확진자 수를 그 보다 아래로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감염자들의 평균 입원 기간이 2~3주인 점을 감안해 의료 현장의 어려움을 개선하는 데 1개월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오는 14일쯤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확진자 감소 등으로) 가능한 경우 이달 말까지 기다리지 않고 긴급사태 선언을 해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장관도 국회에 출석해 야당에 정부 방침을 보고하면서 “향후 1~2주 후 감염자가 급증한 지역이 있으면 특별경계지역에 추가하거나 감염자가 급감한 지역은 (긴급사태 선언을) 해제할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
니시무라 장관은 이날 오전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장관과 전문가회의에 참석해 긴급사태 선언 후 감염자 수 추이와 사람과의 접촉 기회 감소 상황, 의료 체제 현황 등에 관한 견해를 들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의 긴급사태 기간 연장 및 일부 지역 단계적 완화 방침에 “타당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13개 특별경계지역에서는 기존의 휴업ㆍ이벤트 자제ㆍ재택 근무 등 활동 제한 요청이 지속된다. 사람과의 접촉 기회를 80% 감소 목표도 유지된다. 다만 마스크 착용 등 감염 방지 대책 실시를 전제로 한 옥외 공원이나 박물관ㆍ미술관ㆍ도서관 등의 이용이 가능해진다.
그 외 34개현(광역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의 상황에 따라 외출 자제ㆍ휴업 요청 등 활동 제한을 일부 완화하기로 했다. 마스크 착용ㆍ3밀(밀폐ㆍ밀집ㆍ밀접) 장소 회피 등 감염 방지 대책 실시를 전제로 휴업 요청이 내려진 음식점과 백화점 등의 영업이 재개된다. 소형 이벤트 개최도 용인된다. 지역의 실정에 따라 감염 확대 방지와 사회ㆍ경제 활동 유지의 양립을 배려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다른 국가에 비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정하는 유전자증폭(PCR) 검사 실시 건수가 현저히 적은 일본에서의 완화 움직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 전문가회의에서는 신규 확진자 수가 0이 되지 않는 이상 1년 이상 지속적인 대책을 주문하는 전문가들의 견해도 나왔다. 그러나 경기 위축과 내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염두에 둔 아베 총리 등은 경제 활동 재개를 서두르는 모양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1일 정부 전문가회의가 정리한 제언 초안에는 “신규 감염자 수가 제로(0)가 되지 않아 1년 이상 어떤 형태로든 지속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최종 발표에는 “국내 감염상황에 따라 지속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로 변경됐다. 오미 시게루(尾身茂) 전문가회의 부좌장은 1일 기자회견에서 ‘1년 이상’ 표현이 삭제된 것에 대해 “시기를 명확히 말할 수 있는 바이러스가 아니다”라며 “1년 이상 또는 반년 이상이라는 것은 유감스럽지만 누구도 말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산케이는 “정부 의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ㆍ패럴림픽을 앞두고 있는 일본 정부로서는 국제사회의 불안을 초래하는 ‘1년 이상’이라는 견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긴급사태 선언을 발표하면서 “사람과의 접촉을 70~80% 줄여야 한다”고 밝힌 것을 둘러싼 정부와 전문가 간 신경전도 있었다. 긴급사태 선언과 아베 총리의 발언은 전문가회의와 후생노동성 클러스터 대책반에 참여하는 니시우라 히로시(西浦博) 홋카이도대 교수의 견해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최소 70% 감소”라고 밝히자, 니시우라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70%는 정치 쪽에서 멋대로 말한 것으로 나는 일절 언급한 적이 없다”고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니시우라 교수는 “사람과의 접촉을 80% 줄이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최근 비공식으로 개최된 전문가회의에서는 “신규 감염자 감소 방안이 아직도 적다” 등을 이유로 1년 (긴급사태 선언을) 연장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회의 측은 현 상황에서 행동 제한을 완화할 경우 자칫 사람들의 이동에 따른 감염 확산과 의료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경제활동의 침체가 장기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하면서 13개 특별경계지역을 중심으로 외출 자제ㆍ휴업을 유지하는 방안으로 절충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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