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매출 30%를 게임서
어린 자녀 둔 부모들 반응 싸늘
중국 최고 부호의 자리가 뒤바뀌었다. 지난달 27일 포브스의 실시간 집계에 따르면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의 재산은 465억달러(약 56조9,800억원)로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418억달러)를 넘어섰다. 만년 2위였던 마화텅이 ‘슈퍼 리치’의 상징인 마윈을 제친 건 처음이다.
흔히 중국에서 부(富)는 신앙과도 같다고 한다. 마화텅의 급부상은 재계는 물론 부자를 꿈꾸는 일반인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만한 일대 사건이다. 회원 수가 각각 11억명과 8억명에 달하는 중국 대표 모바일 메신저 위챗과 QQ가 모두 그의 작품이다. 휴대폰으로 돈을 지불하고 온라인으로 대화하고 음악과 동영상을 즐기는 일상 곳곳에 그의 아이디어가 침투해 있는 셈이다.
하지만 마화텅을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는 마윈 때와 사뭇 다르다. 자수성가 성공 스토리에 아낌없이 찬사를 보내던 과거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에겐 ‘비즈니스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위대한 사업가’로 불리는 마윈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특히 어린 자녀들을 둔 부모들의 태도가 냉담하다. 텐센트의 황금알로 통하는 게임사업 때문이다.
실제 아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피해 집에 틀어박혀 지내는 동안 게임 아이템 구매에 적잖은 돈을 썼다. 화가 난 부모들은 “우리가 텐센트의 배를 불리는 아르바이트생이냐” “대기업이 피땀 흘린 가장의 고혈을 빨아먹는다” 등 험한 말을 쏟아냈다. 그가 인터넷 3.0시대의 패러다임을 주도한 뛰어난 기업인일지라도 존경할 만한 기업인과는 거리가 멀다고 본 것이다.
신경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성년자가 피해를 입어 제기한 게임 관련 소송이 장쑤성에서만 425건인데 이 중 80%가 텐센트를 상대로 한 소송이었다. 지난해 텐센트의 매출은 전년 대비 21%나 급성장했는데, 전체 매출의 30%가 온라인 게임에서 나왔다. 중국 게임인구 6억4,000만명 중 최소 3억명이 텐센트를 이용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마윈은 (전자상거래로) 여성이 쓰는 돈의 절반을 벌고, 마화텅은 (게임으로) 아이들에게서 절반의 돈을 번다”는 말까지 나온다.
“부모들 책임은 없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게임 아이템을 사려면 성인 인증이 필요한데 집에서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게임에 대한 불만 사례의 80%가 부모의 관리ㆍ감독 소홀 탓이라는 조사 결과도 제시됐다. 3,000억위안(약 51조6,000억원) 규모의 중국 온라인 게임시장에서 텐센트 제품은 30% 남짓인 만큼 비판이 과도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마화텅은 코로나19 시대의 최대 수혜자이자 가장 논쟁적인 갑부로 기억될 듯하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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