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집값 하락세가 서울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는 물론, 그간 상승세를 유지하던 영등포구와 노원구마저 아파트값이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세금 부담을 우려한 고가주택 급매물이 곳곳에서 쏟아지며 최근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이런 급매물이 이달 말을 기점으로 줄어들 거란 예상과 함께 분위기 반전을 점치지만, 거래절벽 상태의 아파트값이 쉽게 오르긴 어렵다는 전망이 대세다.
◇쏟아지는 급매물
4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7% 떨어졌다. 지난 3월 30일 이후 5주 연속 하락이다. 강남구는 0.29% 하락했으며, 지난해 6월 이후 줄곧 상승 내지 보합을 유지했던 노원구와 영등포구도 각각 0.02%, 0.03%씩 떨어졌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 하락은 재건축아파트 단지 급매물이 주도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78㎡ 시세는 지난달 24일 기준 18억2,000만원으로 지난해 12월 대비 1억4,000만원(7.14%) 떨어졌다.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107.47㎡도 같은 기간 1억5,000만원(3.61%) 하락한 40억원을 기록 중이다.
이들 고가 아파트들은 지난해 12ㆍ16 부동산 대책 이후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가격 하락 압력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다주택자의 세 부담도 한몫 하고 있다. 다주택자가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피하려면 매년 과세기준일이 되는 6월 1일까지 매도를 완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이 작년보다 14.73% 상승해 과세액이 늘어난 것도 급매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15억원 이상 초고가아파트 공시가격은 25% 이상 올랐다.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세금 부담 때문에 5월 안에 잔금 납부 완료를 조건으로 하는 매물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아파트값 하락세 멈출까
이에 5월을 끝으로 서울 아파트값 하락세가 무뎌질 거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다음달부터는 절세를 노린 급매물이 끊길 거란 의미다.
또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 내 10년 이상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기간도 다음달 말까지다. 이달 국회 본회의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지며 12ㆍ16 대책에 따른 종부세율 인상이 올해 안에 어려워지자 강남3구에선 벌써부터 호가를 높인 매물까지 등장하고 있다.
다만 아직 속단은 이르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집값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았다는 인식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하는 최근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지난달 24일 기준 107.5)는 집값이 계속 오름세를 타던 지난해 12월말 수준과 비슷하다. 여의도동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A씨는 “집주인이 호가를 높여도 매수자는 급매만 찾는다”며 “현재 아파트시장은 매수자 중심이어서 당분간 거래절벽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급매물은 이달 이후 줄어들겠지만, 매수세가 강하지 않아 집값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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