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0.1% 상승, 6개월 만에 최저… 유럽 식료품 물가상승률 3.6% 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운동과 국제유가 급락의 영향으로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0% 가까운 상승률에 그치며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보다 더 많이 낮아졌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선진국을 휩쓴 강력 봉쇄(록다운) 정책과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한국에는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95(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1%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0월(0.0%)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달 저물가의 원인은 우선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으로 외식, 여행 등 서비스 업종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또 국제유가 폭락으로 국내 석유류 가격이 6.7% 하락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저물가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1.5%) 까지 상승세를 탔으나 코로나19가 발생한 2월 이후 하락세로 전환했다. 미국(1월 2.5%→3월 1.5%)과 유로존(1월 1.4%→4월 0.4%)도 연초보다 뚝 떨어진 물가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선진국보다 둔화 폭이 더 크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전면 봉쇄 조치가 시행되지 않은 한국은 주요국에 비해 공급망 차질이 크지 않고 생필품 사재기도 나타나지 않아 상품가격 상승 요인이 미미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주요 사재기 대상이었던 유로존의 4월 식료품 물가는 3.6%나 상승했다.
이에 더해 한국에선 서비스물가 상승률도 0.2%에 그쳤다. 고등학교 무상 교육이 전 학년으로 확대되고, 승용차 개별소비세가 인하되는 등 정책적인 영향 때문이다. 유로존 서비스 물가는 지난달 1.2% 상승했다.
이날 정부는 경기 침체 속 지속적인 물가하락을 뜻하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도록 물가 흐름을 모니터링 하면서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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