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에 당파주의를 떨쳐 내자고 촉구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대해 맹비난했다. 같은 공화당 소속인 자신이 탄핵 위기를 맞았을 때는 조용히 있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 초당적 노력을 요구했다는 불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폭스뉴스 앵커인 피스 헥세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당시엔 왜 당파주의를 버리라고 요구하지 않았느냐”며 부시 전 대통령을 비판한 발언을 인용했다. 이어 “그는 미국 역사상 최대의 거짓말에 맞서 목소리를 높일 때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직접 글을 써 부시 전 대통령을 향한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는 부시 전 대통령이 전날 트위터에 올린 3분짜리 영상에 대한 반응이다. 영상에서 부시 전 대통령은 “공동 위협 앞에서 우리의 차이가 얼마나 작은지 기억하자. 결국에는 우리는 당파적 투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신이 보기에 똑같이 연약하고 똑같이 멋진 인간이다. 우리는 함께 흥하고 망한다”며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당파적 투표가 이뤄졌던 탄핵 심판 당시엔 아무 말 없던 부시 전 대통령의 ‘초당파적 노력’ 발언이 트럼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 때 정적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수사를 압박했다는 혐의 등으로 탄핵 심판을 받았다. 탄핵안은 지난해 12월 하원에서 가결됐다 올해 2월 상원에서 부결됐는데, 당파적 찬반 투표를 한 결과였다.
부시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전에도 껄끄러운 관계에 있었다. 정치 전문매체 더힐은 “부시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심판 당시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지만, 그와 그의 가족 일부가 트럼프와 그의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코로나19 대응 관련 전직 대통령의 조언은 필요 없다는 말도 내뱉었다. 지난달 언론 브리핑에서 자신이 코로나19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전직 대통령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