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됐던 한상균 前지부장 “비정규직 문제 침묵 않고 연대할 것”
‘많이 기다렸습니다. 함께여서 행복합니다.’
4일 아침 경기도 평택 쌍용차공장 앞에는 현수막이 걸렸다. 절대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10년 11개월만의 출근길…. 쌍용차 마지막 복직자들을 모두가 반기고 있었다. 쌍용자동차 사태로 정리해고 됐다가 올해 1월 복직 후 무기한 휴직 조처된 근로자 35명이 이날 출근했다. 거의 11년만의 출근이다.
쌍용차와 노조 등에 따르면 이날 출근한 인원은 그간 휴직 조치된 47명 중 35명이다. 12명은 개인사정으로 연말까지 휴직을 연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35명은 밤잠을 설친 듯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입가에는 환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출근 전 기자회견에서 “어제 밤을 꼬박 새웠는데, 일터로 돌아오는 길, 정말 긴 시간을 돌아서 왔다”며 “동료들이 모두 복직한 뒤 마지막에 복직하겠다던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동료들이 복직할 때마다 ‘우리의 손끝에는 아직도 생산라인의 감각이 그대로 남아 있는 만큼 빠르게 적응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빠르게 적응해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 국민께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출근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도 “오늘 아침, 11년 만에 일상을 되찾은 내 뒷모습을 보고, 아내가 ‘마음이 짠하다’고 하더라”라며 “다시는 한국 사회에 이런 대량해고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숙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에 복귀하면 비정규직들의 처우 문제에 대해서도 침묵하지 않고 연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출근한 조문경씨는 “올해 1월 비오던 날 강제휴직 처리돼 울면서 기자회견 했던 게 기억난다”며 “그동안 많은 국민이, 많은 단체가 연대해 도와줬기에 비로소 오늘 첫 출근할 수 있게 됐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들은 2018년 9월 21일 합의에 따라 당초 올해 초부터 출근하기로 돼 있었으나, 쌍용차의 경영 악화에 따른 회사 방침으로 무기한 유급휴직 처리됐다. 이에 올 2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휴직 구제 신청을 내며 반발했다.
결국 쌍용차는 양 노조,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노노사정 협의를 통해 휴직처리된 복직자는 5월부터 부서에 배치된 뒤 현장훈련(OJT) 및 업무 교육을 거쳐 7월부터 현장투입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한편 쌍용차 사태는 2009년 4월 임직원 2,600여 명(전체 36%)이 정리해고되자 노조원들이 반발해 5월 21일 옥쇄 파업에 돌입하면서 촉발됐다. 77일간 이어진 파업 과정에서 한상균 당시 쌍용차 지부장 등 64명이 구속됐고, 1,700여 명이 명예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났다.
끝까지 버틴 조합원 970여 명 대부분은 무급휴직이나 명예퇴직했고, 이중 165명은 끝까지 남았다가 결국 해고자 신세가 됐다.
쌍용차는 경영상태가 호전된 2013년 가장 먼저 무급휴직자 454명을 전원 복직시켰고, 이후 순차적으로 해고자와 희망퇴직자 등을 2016년 40명, 2017년 62명, 2018년 87명 복직시킨 바 있다.
평택=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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