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층에 안전관리자 한 명씩만 있었어도 이런 대형 사고가 안났다. 매년 사고가 나는데 정부가 관리 감독을 왜 못하느냐.”
3일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 합동분향소를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는 유가족들의 따가운 질책을 받았다. 합동분향소 한쪽에 마련된 유가족 대기실에서는 “여길 왜 왔느냐. 한두 번도 아니고 몇 번씩이나 사고가 났는데 인제 와서… 내 아들 살려내라”는 유가족의 울부짖음도 들렸다. 유가족 대표인 박종필씨는 “이번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정부 책임론을 거론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합동분향소를 찾은 정부 관계자들에게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유가족들은 특히 사업장 안전관리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사고로 남편을 잃은 한 유가족은 “불이 나는 상황에서 남편의 전화를 받았는데, 목소리가 아직도 가슴에 사무친다”며“현장에 비상구만 있었으면 충분히 살 수 있었던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다른 유가족은 “관리감독관 일당이 12만원, 10명이면 120만원, 1년 해봐야 5억원도 안 한다”며 “620억원짜리 공사에서 5억원 아끼려다 다 죽었다”고 지적했다.
정 총리를 비롯해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이재명 경기지사,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엄태준 이천시장 등 분향소를 찾은 정부 관계자들은 거듭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 정 총리는 “앞으로는 비용을 들이더라도 안전을 져버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겠다”면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약속했다. 이재명 지사는 “코로나 대응은 잘했지만 산업장 근로감독은 세계 최저 수준”이라며 “사업주들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공적 영역이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시공사인 건우 등 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화재감시자와 안전관리자 배치 여부 등을 집중 조사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현장에 있어야 할 안전관리자 등은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고 현장 노동자들만 대거 희생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공사 업체 측에서는 안전관리자 등을 정상 배치했다고 주장하지만, 일부 현장 노동자들은 안전관리자 배치는 물론 안전교육도 없었다고 진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2차 정밀수색을 통해 시신 1구의 신체 일부와 핸드폰 2개, 차량 키 1개 등을 수거했다고 밝혔다. 정밀수색은 화재원인 조사를 벌이는 감식과 달리 시신에서 유실된 신체 일부와 유류품 등을 찾기 위한 것이다. 경찰은 전날 1차 정밀 수색에서 희생자 3명의 신체 일부를 찾았다. 경찰은 또 6일 국과수, 소방 등과 함께 3차 합동감식을 벌일 예정이다.
이천=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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