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세계 물동량 감소, 유가 급락에 산유국 사정 악화
조선ㆍ해운업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전 세계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신규 선박 투자가 크게 감소했고, 큰손 고객인 산유국 역시 유가 급락으로 대형 프로젝트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한 탓이다.
3일 조선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의 올해 1분기 수주 실적은 연간 수주 목표의 5~6%선에 머물렀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합쳐 올해 총 178억달러(21조7,872억원) 수주를 목표로 세웠지만 올해 1분기 수주 실적은 19척, 금액으로는 연간 목표치의 6.74%인 12억달러(1조4,688억원)에 그쳤다. 다른 경쟁사의 목표 달성률은 더욱 부진하다. 삼성중공업은 1분기 동안 연간 목표치 84억달러의 5.95%인 5억달러를, 대우조선해양은 72억달러 목표액 중 5.55%인 4억달러를 각각 수주했다.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절벽’은 선박 투자 급감에서 비롯됐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신규 선박 건조 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71% 급감한 5억5,000달러로 추정된다. 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던 2009년 2분기 이후 최저치다.
설상가상으로 2분기 이후엔 중동발 선박 발주 감소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유가 급락으로 산유국 자금 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탓이다. 실제 2014~16년 저유가 장기화 때도 글로벌 조선업계에 신규 발주가 급감한 바 있다. 업계에선 카타르 모잠비크 러시아 등에서 추진해온 대규모 프로젝트가 연기되면서 타격이 현실화할 걸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계획한 카타르는 다행히 지난달 22일 중국 업체와 LNG선 슬롯(건조공간) 확보 계약을 체결하며 사업에 착수했지만 잔여 물량에 대한 발주가 언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이렇다 보니 올해 조선 업황을 두고 비관론이 갈수록 강화되는 분위기다. 김현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글로벌 선박 발주액을 전년 대비 33.6% 감소한 506억달러로 전망하며, 이 경우 국내 조선업계의 예상 수주액은 211억달러로 수주 목표 대비 64%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클락슨리서치 역시 올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 전망치를 기존 1,345척에서 724척으로 46.2% 하향 조정했다.
해운업계 역시 코로나19의 먹구름이 짙다. 물동량 감소세부터가 그렇다. 전국 항만의 월별 처리 화물중량은 1월 4,351만톤으로 전년 동기(4,459만톤) 대비 2.4% 감소했으나, 2월엔 감소폭이 6%(4,212만톤→3,957만톤), 3월엔 12.7%(4,966만톤→4,334만톤)으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놀리는 컨테이너도 늘고 있다. 이날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1~3월 전국 항만에서 처리한 빈 컨테이너는 148만 TEU로 전년 동기 대비 8.2% 늘었다.
해운업계는 상황이 갈수록 악화될 걸로 내다본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발표한 4월 해운업 경기실사지수(BSI)는 역대 최저치인 47을 기록했고 5월 전망치는 이보다 더 하락한 44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악화가 해운업황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2분기 이후 업황 부진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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