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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릴오일은 건강기능식품 X, 그냥 일반식품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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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릴오일은 건강기능식품 X, 그냥 일반식품 O

입력
2020.05.05 05:00
수정
2020.06.13 21:1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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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릴오일 과장 광고 등 소비자 기만 여전

활개치는 ‘쇼 닥터’ 근절 대책 마련해야

‘세계 펭귄의 날’(4월 25일)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펭귄의 주식인 크릴새우 조업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펭귄의 날’(4월 25일)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펭귄의 주식인 크릴새우 조업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크릴(krill)에서 추출한 크릴오일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니에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홈쇼핑ㆍ온라인 등에서 크릴오일 제품을 건강기능식품인 것처럼 부당 광고한 829건 적발해 해당 판매 사이트를 차단했다. 식약처는 “크릴오일에 함유된 성분인 아스타잔틴이나 인지질의 효능ㆍ효과를 광고해 크릴오일 제품이 항산화 등의 효과가 있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했다”고 했다. 국내 유통되는 크릴오일 제품은 ‘어유’ ‘기타가공품’ ‘기타수산물가공품’ 등의 식품 유형으로 판매되고 있는 일반식품일 뿐이다.

일부 크릴오일 제품은 의사가 나서 제품 판매를 광고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료인이 나오는 광고는 소비자가 제품 구매를 결정하는데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홈쇼핑ㆍ인터넷 쇼핑몰 등에 의사ㆍ한의사ㆍ교수 등이 나와 허위ㆍ과장 광고하는 제품에 대해 점검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했다. 현행법상 의사ㆍ한의사 등 의료인이 제품을 ‘지정ㆍ공인ㆍ추천ㆍ사용하고 있다’는 내용을 표시하거나 광고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아직도 종합 편성 채널(종편) 등에서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면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쇼 닥터’가 사라지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크릴오일이 체내 기름을 녹인다?

크릴오일은 남극 바다에서 주로 서식하는 갑각류로 플랑크톤의 일종인 크릴(새우를 닮아 편의상 크릴새우라고 부르기도 한다)에서 추출한 기름이다. 노르웨이 말로 ‘작은 물고기’라는 뜻을 가진 크릴은 남극에 사는 펭귄과 고래, 해표, 가마우지, 남극대구, 남극빙어 등 남극에 사는 모든 동물의 주식으로 남극 생태계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존재다.

크릴오일 TV 광고는 물이 든 컵 속에 돼지기름을 띄워 놓고 크릴오일을 부어 막대기로 저은 후 기름이 분산(유화)되는 과정을 보여 준 뒤 우리 몸속 혈관 속 지방을 녹이고 뇌 기능에 좋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는 “이런 광고는 컵과 우리 몸을 동일시하는 바보임을 스스로 자임하는 멍청이들의 쇼에 불과하고 야바위 수준”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명예교수는 “기름을 물에 분산하는 물질인 유화제(계면활성제)는 크릴오일 외에도 비누나 사포닌처럼 수없이 많이 있다”고 했다. 그는 “식용으로 가장 좋은 건 계란노른자”라며 “계란의 레시틴이라는 인지질로 시연했다면 크릴오일보다 분산 효과가 훨씬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인지질은 우리 몸속에서 합성할 수 있는 물질이고 구태여 먹을 필요도 없다. 이 명예교수는 “인지질에는 필수지방산인 오메가3가 많이 함유해 좋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 역시 사리에 맞지 않는다”며 “이는 물고기 오일에도 들어 있고 일상적으로 먹는 식물유에 더 많이 함유돼 있다”고 설명했다.

◇콜라겐이 피부와 장을 뚫고 들어간다?

콜라겐은 동물의 몸속에 가장 많이 분포하는 질 낮은 단백질이다. 일부 쇼 닥터들이 나이가 들면 콜라겐이 줄어들어 주름이 생기고 노화가 진행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보충하려면 동물 콜라겐을 먹어야 한다고 유혹한다.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는 “소가 웃을 일”이라며 “섭취한 콜라겐은 소화 과정을 통해 산산조각이 나는데 쇼 닥터들은 마치 콜라겐이 그대로 장에서 흡수돼 혈액을 타고 피부로 옮겨가 주름을 없애고 피부를 탱글탱글하게 해준다고 둘러댄다”고 했다.

쇼 닥터들은 게다가 콜라겐을 얼굴에 발라주면 피부 속으로 흡수돼 주름을 없애준다고 사기를 치고 있다. 이 명예교수는 “하지만 피부는 철벽”이라며 “우리 피부가 그렇게 허술하다면 미세먼지나 공기 속 나쁜 물질이 왜 몸속에 들어가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루테인은 황반 건강에 좋다?

눈 건강에 좋다고 루테인을 여전히 많이 찾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해 루테인 성분이 많이 든 마리골드꽃 추출물을 ‘노화로 인해 감소할 수 있는 황반색소밀도를 유지해 눈 건강에 도움을 준다’에서 ‘줄 수 있다’로 기능성 인정 수위를 낮췄다. 마리골드꽃 추출물을 과다 섭취하면 피부가 노랗게 변할 수 있다. 마리골드꽃은 국화과 한해살이풀로 카렌듈라, 금잔화 등으로 불린다.

‘쇳가루 파동’으로 문제된 노니는 혈관 내 염증을 막는 파이토케미컬 성분이 많다. 열매와 뿌리에 함유된 강력한 항산화 물질인 담나칸탈은 암세포 생성과 증식을 억제한다. 하지만 노니는 칼륨 함량이 높아 고혈압약이나 칼륨 보존성 이뇨제를 먹는 사람은 고칼륨혈증에 주의해야 한다.

글루코사민은 한때 무릎이 좋지 않은 부모님에게 사 드리지 않으면 불효자식 취급을 받을 정도로 광풍이 대단했다. 쇼 닥터들은 글루코사민은 관절에 있는 물질이라면서 류머티즘과 관절염에 특효라고 대대적인 선전을 했다. 이 명예교수는 “연골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거대 분자의 한 성분이 N-아세틸글루코사민인데 글루코사민, 그것도 아세틸기가 떨어져 나간 글루코사민을 먹는다고 연골이 합성된다고 하는 것은 대단한 착각”이라고 했다.

글루코사민은 우리나라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을 받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효과 없다는 연구 결과들이 다수 나왔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24편의 글루코사민 논문을 분석해 효과에 ‘근거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폐경 치료에 대한 인식이 없거나 호르몬 치료 거부감을 가진 여성은 건강기능식품을 선호한다. 하지만 대한폐경학회는 “건강기능식품은 폐경 증상 강도를 약간 완화해 줄 수 있지만 예방과 치료는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현태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건강기능식품은 먹으면 증상이 좋아질 가능성은 있지만 입증이 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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