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버들 소령, 확진자 발생하자 긴급 출동… 장병들 적극 협조
“역학조사는 시간과의 싸움… 이틀 밤새도 전혀 졸리지 않았어요”
지난 3월 경기 용인 한 부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역학조사를 위해 긴급 출동했던 이버들(42) 소령. 그는 확진자 동선을 확인하기 위해 부대 안을 이동하던 상황을 회상하며 1일 이렇게 말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였어요. 그래도 대구에서 고생하고 있는 의료진보다는 덜 하겠거니 하고 버텼죠.”
부대 도착 후 레벨 D 보호복을 꺼내 입으니 우주복처럼 전신을 감싸 외부 공기가 차단됐다. 땀이 끊임없이 흘렀다. 보호안경에 김이 차 올랐다. 호흡 곤란이 느껴질 정도였지만 한시라도 빨리 확진자 동선을 점검하고 감염 경로를 파악해야 한다는 생각에 쉼 없이 발을 움직여야 했다.
재난과도 같았던 코로나19 상황에 역학조사관으로 투입된 이 소령은 2002년 학사장교로 임관할 때만 해도 주특기가 보병이었다. 하지만 충남대 수의학과에서 공부한 전공을 살려 수의장교로 병과를 바꿨다. 식품 및 수질 검사, 방역 업무를 주로 하다가 2017년 육군본부 예방의무과에서 역학조사 관련 정식교육을 받아 역학조사관 자격을 갖게 됐다. 이때부터 레벨 D 보호복 20여벌과 검체키트를 항상 차에 싣고 다녔지만 이렇게 긴박한 상황에 투입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이 소령이 확진자 발생 소식을 듣고 긴급 출동해 확진자를 만난 건 밤 9시쯤. 면담 결과 해당 병사는 올 1월이 마지막 휴가였다. 최장 잠복기를 감안해도 외부 감염 가능성은 희박했다. 이 소령은 부대 내 전파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병사의 동선을 확인했다. 부대원 200여명을 48시간 동안 내리 조사했다. “역학조사는 시간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압박이 컸어요. 이틀 밤을 새면서도 졸린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죠. 여기서 빨리 (감염 경로를) 파악해 내지 못하면 더 큰 일이 생길 게 분명하니까요.”
장병들은 밤낮 없이 이뤄지는 조사에도 불만 없이 적극적으로 응했다. 한 부대 간부는 스스로 신용카드 사용 내역과 휴대폰에 기록된 위치 등을 엑셀 파일로 정리해 제공하기까지 했다. 이 소령은 적극적으로 조사에 응하는 장병들을 보며 코끝이 찡해졌다고 했다.
다행히 이틀이 지나 해당 병사의 감염 경로가 파악됐다. 같은 부대에 근무하는 부사관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외부 상점에 들렀다 먼저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사관은 자신이 감염된 사실을 모르고 생활하고 있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고 마스크를 쓴 채 생활해 부대 내 확진자는 2명에 그쳤다.
육군 1군수지원여단에서 예방의무근무대장을 맡고 있는 이 소령은 확진자 접촉 이후 다른 사람들과 접촉을 최소화했다. 인터뷰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다행히 사회는 물론 군에서도 코로나19 위기가 잦아들고 있지만 언제든 상황이 발생하면 다시 출동할 준비도 갖췄다. 이 소령은 “군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민간보다 극히 적은 건 애초 군 특성상 빗장을 선제적으로 걸어놓은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검역을 실시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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