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이 가봤다]외국인노동자 집단 귀국으로 일손 부족 심각한 농촌은
도시서 멀지 않고, 각자 체력·스케줄 등에 맞게 일감 찾기 쉬워
경기 여주 사과 농장, “편의점 알바 최저 시급보다 최소 15~20% 더 받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농촌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특히 일할 사람 구하기가 가장 큰 문제다.
4월 말~5월 초는 농번기. 한해 농사의 기초를 세우는 때다. 원래대로라면 사과ㆍ배 농장에서는 인공 수분과 열매 솎기 작업이, 고구마ㆍ고추 농장에서는 파종과 모종 작업이 한창이었을 터다. 하지만 지금 농촌은 한숨만 흘러 나오고 있다. 올해 농사를 포기하려는 농장도 속속 생기고 있다.
그 동안 농가의 일손은 대부분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외국인 노동자가 채워왔다. 그 중 상당수는 불법 체류자였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초기, 국내에서 확진자가 빠르게 늘자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을 떠났다. 설상가상 바쁠 때 큰 도움을 줬던 지방자치단체와 대학들이 농촌 봉사활동을 취소했다. 서둘러 특단의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농가들이 최악의 인력난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도시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허덕이고 있다. 많은 기업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위기 대응 체제로 전환하며 사람 뽑기를 주저하면서 취업은 바늘 구멍 뚫기가 됐다. 편의점ㆍ카페 아르바이트도 마찬가지다. 자영업자들은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있는데 취업 준비생들까지 급한 대로 아르바이트를 찾기 시작하면서 경쟁은 치열해 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의 한 카페가 1명을 뽑는 아르바이트 공고에 100명 넘게 지원했다.
서울시는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에 대한 긴급 처방으로 ‘코로나19 신속 청년수당(청년수당)’을 제공하고 있다. 3월 서울시 청년수당 신청자 892명 중 37%가 카페·영화관 등에서 판매원으로 일 하다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비자발적 퇴직을 했다. 단순사무·서비스(25.9%), 문화예술·공연계(18.8%), 학원·교육(14.9%) 관련이 그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이전 상대적으로 일자리 구하기가 어렵지 않았던 서비스 업종의 일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는 청년들. 그 나마 살아남은 청년들도 코로나19라는 역대급 혼란으로 다시 취업 전선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와는 다른 생각을 갖고 다른 시각으로 돌파구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3차 산업(서비스업), 4차 산업(IT) 등이 아닌 1차 산업(농축수산업)에서 가능성을 찾아 보는 건 어려울까.
일하고 싶은 도시 청년과 일손이 필요한 농장주를 연결하는 농촌 일자리 플랫폼 스타트업 회사 ‘푸마시’ 관계자들과 함께, 한국일보 인턴 기자들이 경기 여주의 사과농장에서 직접 농사 일을 체험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5분 거리에 편의점, 카페…농촌이 촌스럽다구요?
뙤약볕, 푸세식 화장실, 고된 몸과 벅차는 숨. 농사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24일에 찾은 경기 여주시 한 사과 농장은 생각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서울 강동구에서 출발해 승용차로 한 시간 반 가량을 달린 뒤 도착한 사과 농장은 한적한 마을이 아닌 아파트 단지 옆에 있었다. 농장에서 5분만 걸어 나가면 편의점과 식당, 카페를 볼 수 있었다. 머리 속에 있던 농촌과 상당히 다른 모습에 당황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 옷을 갖춰 입었다. 밖에서 하는 작업이니까 최대한 햇빛을 가리기 위해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도시에서는 입기 부담스러운 새빨간 겉옷과 운동복, 그리고 후줄근하게 입은 체크무늬 셔츠를 용기 내어 갈아 입었다. 처음 보는 모습에 서로를 보고 한참 웃었다.
농장주, 농장 코디네이터(매니저), 푸마시 테스트 응시자, 그리고 인턴 기자 2명까지 예정된 인원이 모두 모이자 푸마시 시스템에 따라 ‘체크인’을 했다. 농장주부터 한 명씩 돌아가며 이름과 직업을 간단히 소개하고 일에 임하는 태도와 결심을 외쳤다. 농장주인 원세연 대표는 “모두 다치지 않고 의미 있는 경험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은 인턴 기자 두 명을 포함한 총 세 명이 ‘신입생 테스트’를 진행했다. 푸마시 측과 농장주들은 현장 테스트를 통해 채용 여부를 결정한다. 김용현 푸마시 대표는 테스트에 대해 “농가에는 더 일 잘 하는 사람을 소개하고 참가자에게는 농사일에 익숙해지고 자신의 수준을 체크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 시작할 때와 2~3시간이 지난 후에 얼마만큼 속도가 붙어있는지 비교하고, 자기만의 작업 요령을 만들었는지 등을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소개했다.
도시처럼 ‘갑질 손님’ 스트레스 없다…내 일만 잘하면 끝
사과 농장에는 어린 나무들이 한창 꽃을 피우고 있었다. 원 대표는 심은 지 2년 정도 된 어린 나무들의 성장을 위해 ‘적화 작업’과 ‘유인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처음 소개할 때는 처음 듣는 외국어처럼 낯설게 느껴졌다. 매니저가 웃으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죠”라며 다시 한번 차근차근 알려준 뒤에야 이해할 수 있었다. 적화 작업은 어린 나무가 열매에 양분을 빼앗기지 않게 꽃을 따는 일이고, 유인 작업은 나무가 빨리 자랄 수 있게 햇빛을 잘 받도록 각도를 조절해 묶는 작업이다.
꽃을 따는 건 쉬웠지만, 유인 작업에 필요한 세 종류의 매듭을 익히는 데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처음 접했을 때는 쉬워 보였는데 막상 혼자 묶어보니 생각보다 어려웠다. 일하는 중간중간 농장주는 묶는 법을 다시 설명하고 시범을 보여줬지만 빛의 속도로 빨랐다. 결국 막힐 때마다 옆에 꼭 붙어 있는 매니저에게 물으면서 밀착 과외를 받다 보니 금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시간을 재던 매니저가 “처음에는 나무 한 그루에 5분이 걸리더니 지금은 3분이 걸린다”며 힘을 북돋워줬다.
한 시간 동안 연습을 한 뒤 각자 작업을 시작했다. 나와의 싸움이었다. 약 1,653㎡(500평)의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멀찍이 떨어져 일을 하니 주변이 조용했다. 차분히 혼자 시간을 보내다 보니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여유를 되찾고 있다는 착각 마저 들었다. 상상 속에 있던 ‘농사’와 완전히 다른 일이었다. 대학생 때 경험했던 고깃집과 술집, 카페 아르바이트보다 몸은 힘들지는 않았다. 처음 해보는 사과 농장 일이 의외로 섬세한 작업들이 많았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이 매너 없이 갑질하는 고객을 상대해야 하는 것과 밤늦도록 야간 업무가 이어지며 생활 리듬이 망가졌다는 것이었다. 반면 사과 농장 일은 날씨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빼면 다른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경우는 덜 할 것이라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직원들 월급 걱정에 대표님의 선택은… 쿠팡맨 대신 농촌맨
함께 테스트에 참가한 권서윤(36)씨는 외국계 기업의 한국 법인장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매출에 직격탄을 맞게 돼 생업에 어려움을 느꼈고, 당장에 다른 돈벌이가 필요했다. 그는 “열심히 일 했지만, 직원들 월급을 챙겨줘야 하는 대표로서 느끼는 책임감과 중압감은 엄청나다”라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권씨가 처음부터 농촌을 찾은 것은 아니다. 그는 낮에 사무실에서 업무를 본 뒤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밤과 새벽 늦은 시간까지 배달 일을 하는 ‘쿠팡맨’으로 일했다. 그러나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몸은 망가졌고, 항상 사고 위험 가능성을 안고 있어야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푸마시를 통해 농가 일을 시작하기로 한 선택에 대해서는 만족스럽다고 했다. “현재 코로나19로 서울에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그러나 농가는 인력난을 겪기 시작했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비교적 쉬웠다”며 “복잡하게 딴 생각 하지 않고 집중해서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일주일에 2회 여주 농장을 찾고 있는데, 조금씩 일하는 시간을 늘려 갈 계획이다.
김 대표는 “최근 외국인 관광 가이드를 하던 분도 농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물어왔다”며 코로나19 이후 상황을 설명했다.
일손 줄고 판매도 막힌 농장주들… “농촌에 할 일 많아요”
65세도 청년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농촌은 고령화됐다. 젊은 사람들은 도시로 떠나고 부족한 인력을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웠지만, 이들도 코로나19 감염 걱정에 국내 확진자 수가 빠르게 늘자 자국으로 돌아가 버려 애를 먹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가 고령화 된 농가의 부족한 일손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불법으로 고용된 외국인과 근로기준법에 맞게 고용된 내국인의 인건비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직접 농장을 경영했던 이경하 푸마시 매니저는 “2018년 기준 농촌의 하루 일당은 내국인 8만원, 외국인 노동자 6만8,000원”이라며 “그냥 1~2만원 차이처럼 보이지만 한 번에 평균 15명을 부르기 때문에 농장 규모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한 달 평균 900만원. 김 대표는 “이런 금액 차이 때문에 그 동안 농가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했다”고 설명했다.
일손만 부족한 것이 아니다.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고 외식도 크게 줄면서 학교 급식을 비롯한 공공 급식이 축소됐다. 농민들은 판매는 물론 판매할 수 있는 창구를 확보하는 데에도 비상이 걸렸다. 직거래가 아닌 일반 가게와 시장을 통해 파는 경우 판로가 끊겼다. 곽씨는 “원래 계획은 경기사과사업단에서 학교 급식으로 납품하려 했는데 코로나19가 터졌다”며 “지금은 생산을 해도 파는 게 제일 어렵다”며 걱정을 털어놓았다.
농산물 판매의 어려움을 겪는 농장주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미림(46) 여주시 사회복지과 청년지원팀장은 “지난달 25일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이 추진해 여주 신륵사에서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농산물 판매를 오후5시까지 진행했고, 완판했다”며 “개학이 미뤄져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돕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질 체력인데…원하는 시간 만큼 수준 맞춰 일할 수 있어
작업은 단순했지만 두 시간을 내리 일해보니 ‘저질 체력’의 한계가 금방 드러났다. 김 대표에게 “아직 요령이 없는 탓에 하루 종일 일 하기엔 무리 같다”고 전했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4시간부터 10시간 까지 작업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오전 9시에 시작해 오후 1시까지 작업을 마치고 서울에 돌아오면 또 다른 일이나 공부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오전 시간에 조금만 더 부지런히 움직인다면 하루 4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점이 부업으로 괜찮게 느껴졌다. 김 대표는 “농사 경험이 풍부한 농부들도 초반 4시간 동안 작업 효율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일하는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농장주 입장에서도 인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한다.
12시 반이 되자 ‘간절히’ 바라던 점심 시간이 찾아왔다. 농촌 드라마에서 보던 소쿠리에 새참을 이고 밥 때를 알리거나 낮부터 툇마루에 걸터앉아 막걸리를 마시는 사람을 그려보기도 했다. 그러나 상상과는 달랐다. 원 대표를 따라 깔끔한 실내로 들어가니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 6,000원짜리 백반을 주문했다. 밥이 올 때까지 인스턴트 커피를 마셨다.
20분 가량 지나자 콩나물 국, 부침개, 갖가지 채소 요리가 여러 사람이 나눠먹을 수 있게 담겨 왔다. 그 동안 자극적인 맛에만 길들여져 있었는데, 채소 요리의 삼삼한 맛에 자꾸만 손이 갔다. 그릇을 비운 뒤 왠지 건강한 음식으로 배가 든든해져 기분도 좋았다.
출퇴근이 부담스럽다면…펜션에 머물며 농촌 생활 체험도
직접 농촌에서 반나절을 보내니 잘하지는 못하지만 농사일 자체는 마음에 들었다. 단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출퇴근. 경기 여주역에서 농장까지 차량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아침 일찍 출발하고 밤 늦게 도착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좀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농장 가까운 곳에서 며칠 동안 머물면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해서 물었더니 김 대표는 “푸마시를 통해 농장 일에 참가하면 농장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펜션을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앞으로는 남한강이 보이고 뒤로는 직접 채소를 키울 수 있는 텃밭이 있는 깔끔한 펜션 단지. 이렇게 예쁜 곳을 숙소로 제공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농사보다 힘든 것이 농촌 생활”이라며 “좋은 숙소를 갖추는 것이 좋은 인력을 확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인력을 소개했을 때 일부 농장에서 숙소랍시고 컨테이너 박스로 안내했다고 한다. 참가자들이 좁은 공간에서 다닥다닥 붙어 자고 씻을 공간도 없자 일이 끝나고도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열악한 숙소환경에 충격 받고 첫날 일하고 가버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숙소의 질이 좋아지면서 참가자들의 만족도는 크게 올라갔다. 농사 일도 하면서 자연 속 삶도 경험해 보는 판타지가 실현된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변 숙박 시설과 연계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라고 밝혔다.
하루 4시간·월급 최대 160만원…농촌은 일한 만큼 받더라
푸마시를 통해 농가에서 일을 할 경우 시간 당 만 원을 받는다. 당일 작업의 난이도에 따라 1만2,000~1만3,000원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과일 포장 작업은 ‘성과급’ 체제로 지급된다. 숙련 정도에 따라 최대 하루 20만~25만 원을 벌기도 한다. 보통 도시에서 하는 아르바이트의 평균 일당이 10만원임을 감안하면 꽤 높은 액수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들이 농사일에 적합할까. 김 대표는 ‘뒤돌아 보지 않게 하는 사람’ 즉 맡은 바를 꼼꼼히 해내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예전에는 대부분 남성이 농사를 했기 때문에 힘 센 남성을 선호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요즘은 정교한 작업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을 바란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푸마시를 통해 농촌에서 일감을 찾는 청년 세대의 남녀성비는 150(여자 100명 당 남자수)으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사과 농장 작업도 힘 쓰는 일 보다는 사과 나무가 다치지 않도록 정교하게 작업해야 하는 부분이 더 많다.
농기계를 다룰 줄 안다면 받는 돈은 두 배 가까이 오른다. 예초기를 다룰 수 있으면 일급은 14만 원부터, 트랙터 운전이 가능할 경우 18만 원을 기본으로 받을 수 있다. 기계를 배우고 싶다면. 의외로 간단하다. 예초기는 공공 근로 사업을 통해 교육 받을 수 있고, 트랙터의 경우 특별한 면허 시험 없이 교육 시간을 채우면 된다.
그렇다고 직접 농사 작업을 하는 일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온라인 홍보와 판매, 교육 등 다양한 경로의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하면서 농촌 인력 또한 그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김 대표는 “놀러 오거나 지역 행사를 찾은 가족들, 특히 아이들과 잘 소통하는 사람도 필요하다”며 도시에서만 익힐 수 있는 기술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농장 매니저’가 있다. 이 일은 농사일과 인력 소개뿐만 아니라 도시에서 온 사람들의 농촌 적응과 고민을 해결하는 중재자 역할을 한다.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는 소통의 메신저인 농장 매니저처럼 대화의 기술이 뛰어난 사람을 농촌에서는 필요로 한다.
일자리 찾아 헤매고 있다면…때가 됐다 농촌으로 고(GO)
8,590원. 서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받는 시급이다. 집 앞 가까운 편의점에서 오후 3시부터 11시까지 야간 시간을 포함해서 8시간씩 주 5일을 일한다면 8,590원*7시간+8,590원*1.5(야간수당) =7만 3,015원. 하루 약 7만3,000원, 일주일에 약 36만5,000원을 받을 수 있다. 오후 9시부터 오전 5시까지 일하는 카페나 술집 아르바이트도 야간 수당을 적용하면 개인 차이가 있겠지만 하루 약 9만8,785원, 일주일에 약 49만3,900원을 받는다.
마찬가지 방법으로 푸마시를 통해 농촌에서 일했을 때는 시급 1만원, 하루 8시간 일해서 8만원을 받을 수 있다. 서울에서 아르바이트와 비교한다면 같은 낮 시간대에 일하는 것보다 조금 더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성과에 따라 추가로 받을 수 있는 보수를 생각하면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역에서 여주역까지 대중교통으로 1시간 20분이 걸린다. 왕복 2시간 40분. 차가 없는 인턴기자에게는 다소 부담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푸마시에서 제공하는 펜션에서 하루 1만원으로 이용한다면 교통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돈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로 바늘 구멍보다 좁아진 취업 기회를 얻기 위해 경쟁하는 출발선부터 생각하니 농촌 일자리는 생각 이상으로 괜찮았다.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쉬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도 주고 의욕도 불어넣을 수 있다.
서울에서는 자리를 오래 비울 수 없기 때문에 길어야 15분인 식사 시간마다 마치 전쟁 난 것처럼 밥 먹으러 뛰어야 한다. 하지만 농촌은 말 그대로 휴식 같았다. 넉넉한 식사 시간과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백반과 편의점 삼각 김밥을 비교하니 인턴기자들의 선택은 당연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도시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많은 사람을 대하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혹시라도 확진자가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다 근무 시간 내내 마스크를 써야 하는 답답함은 자연스레 열려 있는 자연 속에서 일을 하는 농장을 생각나게 했다.
여주=이태웅·이혜인·김동현·전효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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