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 김모(42)씨는 황금연휴 이틀째인 1일 오전 가족들과 제주시 주좌읍 김녕해수욕장으로 바람을 쐬러 나갔다가, 10분만에 발길을 되돌렸다. 막 주차장으로 들어온 렌터카 승합차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관광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고, 해수욕장 상가 주변에도 적지 않은 이들이 마스크를 끼지 않은 채 희희낙락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씨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것도 아닌데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불편해도 최소한의 방역수칙은 지켜야 할 것 아니냐”며 혀를 찼다.
제주도에서 ‘무장해제’ 한 관광객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실외뿐만 아니라 음식점과 호텔 등 다중이용시설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낮 최고 기온 23.8도의, 초여름 날씨 탓이기도 했다.
이날 제주시내에 위치한 유명 고기국수 음식점 주변에는 20여명이 대기표를 받아 든 채 모여 있었고, 일부는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일행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관광객인 박모(54)씨는 “투숙했던 호텔과 골프장, 음식점 등에서 마스크를 끼지 않은 이용객들이 많이 있었지만 출입을 제지하거나 마스크 착용을 안내하는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며 “제주공항에서나 발열검사나 마스크 착용 안내가 이뤄졌지만, 공항 밖은 완전 딴판”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토 최남단 마라도와 청보리밭으로 유명한 가파도를 운항하는 여객선을 이용하려는 관광객들이 대거 몰린 서귀포시 대정읍 운진항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선착장에는 다닥다닥 붙은 줄이 길에 늘어서 있었다. 여객선 내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돼서 이용객 대부분이 마스크를 낀 채 이용했지만, 마라도와 가파도에 도착한 이후에는 더운 날씨 때문에 거의 모든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벗고 던지다시피 하고 여행을 즐겼다.
이 같은 분위기는 동해안 주요 관광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강원 삼척시 원덕읍의 낮 기온은 올해 들어 전국에서 가장 높은 33.6도(오후 2시30분 현재)를 기록했다. 더운 날씨 때문인지 일부 해변에선 간격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고, 그들 중 상당수는 마스크를 하지 않았다. 마스크를 쓰고 일행과의 간격 유지를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없진 않았지만, 그 동안 쌓인 답답함을 털어내는 모습에 가까웠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면서 동해 일부 해변과 카페, 식당에선 2m 이상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유명 관광지를 끼고 있는 지자체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내 확진자 0명(30일)에 이어 이날에도 경북에서 1명 발생했다는 소식이 이들의 무장해제를 부추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될 정도였다. 오승환(65) 월컴투강릉추진위원회장은 “이상고온으로 해변을 찾는 관광객들이 갑자기 늘면서 일부는 일정 거리를 유지하기 힘든 곳도 있다”며 “일회용 마스크를 제공하고 개인 방역수칙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제주도 방역당국도 황금연휴를 앞두고 관광객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안내하기 위해 제주공항과 관광지 등 40곳의 돌하르방에 마스크를 씌우는 등 방역수칙 준수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9일과 30일 이틀간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당초 예상보다 3만여명이 더 늘어난 8만여명에 이른다. 지난달 30일인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4만6,579명) 수는 작년 같은 기간(3만9,732명) 대비 17.7% 많다. 제주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2월 21일 이후 관광객 수가 전년대비 증가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해도 국민 한 분 한 분이 방역의 주체라는 것을 제주에서부터 증명해 보일 수 있도록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주시기 바란다”며 “또 의심증상자가 신고할 경우 적극 지원하겠지만, 증상을 숨기고 여행을 강행하다 확진판정을 받는다면 민ㆍ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속초=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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