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이 동남아를 하나의 관광특구로 묶는 이른바 ‘원스톱 관광지화(化)’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10개 회원국이 힘을 합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괴멸 위기에 빠진 역내 관광산업을 재도약시키자는 취지다.
1일 아세안 사무국과 크메르타임즈 등 현지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아세안 10개국 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특별 화상회의를 열어 ‘아세안 관광 활성화를 위한 협력 강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아세안 관광산업이 멈춰서면서 실업률이 증가하는 등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많은 공동체의 생계에 위기가 온 만큼 아세안 전체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동성명은 특히 동남아를 하나의 관광지로 묶어 접근성과 이동 편익을 높임으로써 더 많은 관광객을 유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아세안 차원에서 관광홍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공동 마케팅도 추진할 계획이다. 아세안 관광장관들은 “여행의 기억을 쉽고 편하게 보관할 수 있는 디지털 기술도 적극 활용하자”고 의기투합했다.
아세안 10개국은 또 ‘전염병 청정지역’임을 부각시키기 위해 아세안 관광 위기 커뮤니케이션팀(ATCCT)을 조직, 각국의 보건ㆍ 방역 상황을 공유키로 했다. 동남아 어디서든 외국인 관광객들이 신뢰할 수 있는 보건 정보를 즉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동남아 각국의 관광산업 피해는 ‘현재진행형’이다. 베트남 호찌민의 지난 1분기 관광 수익은 전년 대비 60% 이상 감소했고 현지 여행사 90% 가량이 운영을 중단했다. 캄보디아와 라오스에서도 4만명 이상의 현지 가이드들이 실직했다. 필리핀 등 해양 국가들도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로 관광업계 전체가 고사 상태에 직면했다.
베트남 관광업계 관계자는 “아세안이 ‘저개발국가는 의료 수준이 낮아 위험하다’는 인식을 효과적으로 깨지 못한다면 코로나19 이후에도 관광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며 “선언을 넘어 실효성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실행해야 과거 위상을 다시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노이=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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