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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다가올 10년, ‘촉각 인터넷’ 시대를 준비하자

입력
2020.05.04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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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4월 한국이 세계 최초로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를 이룬 지 1년이 지났다. 대외적으로는 ICT 강국의 명성에 걸맞은 기술 선점에 성공했지만, 아직까지는 5G망이 구축되는 과정이어서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품질 향상이나 전용 서비스 개발은 미진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 10여년간 모바일 인터넷 시대를 꽃피우며 세계 경제의 지형을 바꾸어 놓은 4G역시 완전한 통신망이 구축되기까지 수년이 걸렸었다. 5G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지난 1년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10년을 가늠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동통신 기술은 통상 10년을 주기로 발전을 거듭해 왔고 사실상 모바일 인터넷은 3G 피처폰에서도 구현이 가능했지만, 전 세계인을 ‘포노 사피엔스(스마트폰 없이는 생활이 힘들어진 현대인)’로 변모시키며 산업 전반의 디지털 혁신을 불러온 것은 4G 기술이다. 사람이 자극에 대해 반응하는 시간이 귀는 100ms(10분의 1초)이고 눈은 10ms(100분의 1초) 정도인데, 4G에 이르러서야 우리가 실시간이라고 느낄 수 있는 모바일 데이터 서비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5G를 통해 우리가 달라졌다고 느끼게 될 것은 무엇일까? 5G는 우리 사람의 오감 중에서도 자극에 가장 예민하다는 촉각의 반응 시간인 1ms(1,000분의 1초) 수준의 초저지연 서비스를 가능케하는 ‘촉각 인터넷(Tactile Internet)’ 시대를 의미한다. 사람과 디지털 기기 간의 반응 속도가 촉각 수준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마치 디지털 신체를 얻게 된 것처럼 직접 손으로 만지거나 몸을 움직이는 것과 같은 활동들을 원격으로 대신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지능형 로봇이나 자율주행차와 같은 디지털 사물들은 인공지능에 이어 인공신경마저 갖게 된 것처럼 주변 환경에 빠르게 반응하며 사람과도 자연스럽게 상호 작용할 수 있게 된다.

촉각 인터넷이 구현되면 지금은 단순히 연결 수준에 그치는 화상회의나 원격의료, 온라인교육 등 많은 비대면 서비스들이 원격협업이나 원격수술, 온라인실습 등이 가능한 초실감 서비스로 진화할 것이다. 또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처럼 우리가 미디어를 소비하거나 여가를 즐기는 방식도 가상세계에서 아바타를 통해 대신할 수 있게 된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팩토리처럼 생산 과정 전체를 지능화하거나, 스마트시티와 같이 사람과 사물은 물론 공간 전체를 연결하여 에너지, 교통, 보안, 안전 등 도시 인프라 자체를 효율화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결국, 5G는 개인을 위한 이동통신 서비스 차원을 넘어 산업 환경 전체를 혁신하고 공공서비스의 차원을 높일 수 있는 핵심적인 경제 인프라로 봐야 한다. 전 세계 주요국들이 5G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정부 주도의 기술 경쟁과 패권 다툼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 ‘5G 이니셔티브’를 발표하고 자국 기업들의 5G 생태계 주도권 확보를 위한 대규모 투자와 규제 해소에 백악관이 직접 나섰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를 극복할 ‘디지털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중앙정부의 대규모 설비 투자와 함께 원격진단, 맞춤형 학습시스템, 자율주행차, 서비스로봇, 농경 자동화 등 5G 기반의 융합서비스 확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최근 ‘한국형 뉴딜’ 정책을 발표하며 디지털 일자리 창출과 4차 산업혁명 대비를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10여년간 세계 최고 수준의 4G 인프라를 보유하고도 그에 걸맞은 글로벌 인터넷 기업 배출과 관련 서비스업 고용 확대에는 아쉬움이 많았던 만큼, 이번 한국형 디지털 뉴딜만큼은 다가올 10년의 촉각 인터넷 시대를 바라보고 5G 기반의 융합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규제 혁파를 이뤄내야 할 것이다.

전승화 데이터분석가ㆍ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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