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What]황선미 작가, 꿈ㆍ자기 주체성 등 다양한 주제 담아
프랑스 등 29개 나라 판권 수출…만화영화도 사상 최다 관객 동원
여러분, ‘잎싹’ 기억나시나요. 매일 감방 같이 비좁은 양계장에 갇혀서 알만 낳다가 탈출에 성공, 세상을 모험하던 암탉 말입니다. 누군가는 엄마가 읽어주던 동화로, 누군가는 텔레비전에서 만화영화로 접했을 거예요. 한국아동문학으로 출발했지만, 워낙 심오한 주제와 감성으로 성인인 분들도 익히 알고 접하셨을 겁니다.
우리 기억 속에 저마다의 추억으로 남아있는 황선미 작가의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이 어느덧 출간 20주년이 됐답니다. 이를 기념해 사계절출판사가 기념판과 특별판을 출간한다고 해요. 기념판은 김환경 화가의 그림을 재편집했고, 특별판은 윤예지 화가의 그림에 새로운 해석을 담았답니다. 성인 독자를 위한 버전인 셈이죠.
마당을 나온 암탉은 2000년에 출간돼 국내에서 밀리언셀러를 기록했어요. 이후 일본·중국·프랑스·그리스 등 세계 29개국에 판권이 수출됐고, 영국에서는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죠. 꿈과 자유를 향한 도전, 삶의 의미, 모성애, 자기주체성 확립의 중요성 등 다양한 주제를 조화롭게 녹여내면서 먹먹한 감동까지 선사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죠. 문학적 완성도가 높고 교육적인 메시지까지 전달하니, 한국을 넘어 전세계의 사랑을 받은 것도 놀랄 만한 일은 아닙니다.
늘 마당으로 나가기를 꿈꾸던 양계장 닭 잎싹은 시름시름 앓다가 양계장 주인에 의해 버려지게 돼요. 마당을 떠난 잎싹은 가시덤불 속에서 알을 발견하고 알을 품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죠. 이후 그는 알에서 깨어난 아기 청둥오리 ‘초록이’를 키우며 여러 고충과 위기를 겪게 됩니다. 사춘기를 겪는 초록이는 자신과 다른 잎싹을 이해하지 못해 잎싹의 마음을 아프게도 하죠. 잎싹은 초록이가 자신을 떠나게 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온 몸을 던져 희생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황 작가는 어떻게 이토록 아름답고 먹먹한 이야기를 쓸 수 있었을까요. 황 작가는 2017년 한국일보에 보낸 글에서 “그리움 때문에 작가로서의 모든 게 시작됐다”고 말했습니다. 풍요로운 고향, 다시는 갖지 못할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결핍이 창작의 원천이라고요. 관련기사☞ 동화작가 황선미 “결핍이 창작 원천 됐다”
어쩌면 황 작가의 이런 애틋한 감정이 깃들어 잎싹이 그토록 쓸쓸하고 가엽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2011년 7월 만화영화로도 개봉했습니다. 기획 및 제작기간만 무려 6년이 걸렸고, 배우 문소리 유승호 최민식 등 스타들이 목소리 출연해 이목을 끌었죠. 220만 넘는 관객이 영화관을 찾아 흥행에도 성공했습니다. 60년 한국 극장용 만화영화 작품 역사상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고 합니다. 이후 뮤지컬, 연극, 판소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연되기도 했죠.
시대는 바뀌었지만 마당을 나온 암탉은 여전히 어른과 아이들 모두에게 필독서로 읽히고 있죠. 어른이 되어 읽는 마당을 나온 암탉은 우리에게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스무 살 더 먹은 잎싹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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