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여성 직원을 성추행 한 사실을 밝히며 지난달 23일, 취임 1년 9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칠십 중반 나이가 될, 2022년 지방선거에 재선 출마는 어렵게 됐지만, 해수부 장관에 이어 대학 총장, 3전 4기 도전 끝에 시장직에 당선된 일련의 과정만 해도 그는 나름 인간승리의 자서전 한 권쯤은 엮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갑작스러운 추락에 주변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가 사퇴서 한 장 달랑 읽고 사라진 뒤 부산시 정무직 공무원 13명이 자동면직 처리됐다. 임기가 보장된 고위직 2명도 눈총을 받으며 사직서를 내야 했다. 모두 그를 보좌하기 위해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들이다.
시 산하 공사ㆍ공단과 출연기관 기관장들도 좌불안석이다. 임기가 보장된 공모직이 대부분이지만 관례상 공모 과정에 오 전 시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외부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할 말이 없다”며 곤혹스러워 표정을 짓고 있다.
정치권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오 전 시장이 사퇴 시점을 청와대와 사전 조율한 흔적이 있다며 ‘성추문진상조사단’을 꾸리는 등 파장을 키울 태세다. 특히 현 정권과 특수관계를 의심받는 법무법인을 통해 오 전 시장의 사퇴와 공개 사과를 공증한 것을 두고도 공세가 뜨겁다.
잘나가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한 것도 성추행 파문의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리얼미터가 tbs와 YTN의 의뢰로 지난달 27~29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 정당 지지율은 불과 1주일 사이 7.4%포인트나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작은 키에 말까지 더듬는 핸디캡을 가졌지만 “나의 인생은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과정이었다”고 언제나 당차게 말했던 그여서 그런지, 이번 사태를 더 어이없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부산=목상균 기자 sgm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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