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2층서 용접 중 유증기 건드려 폭발, 샌드위치 패널 불붙어
10분 만에 소방당국 도착했지만, 유독가스로 접근 어려워
‘3분.’
축구장 1.5배 크기(연면적 1만1,043㎡)의 6층짜리 창고 건물이 화마에 휩싸이는 데 걸린 시간이다. 70여명 땀을 흘리고 있었지만, 불길이 삽시간에 건물을 덮치면서 그 중 절반의 작업자들이 그 자리서 스러졌다.
화재 발생 직전인 지난 29일 오후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소재 한 냉동 물류창고 공사 현장은 완공 2개월을 앞두고 전기, 도장, 설비, 타설 등 다양한 분야 마감 공사가 한창이었다. 7개 업체에서 온 근로자 78명의 일터였다.
30일 경기남부경찰청과 소방당국, 인근 목격자들에 따르면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은 지하 2층에서 시작됐다.
사고 당일 오후 1시 30분쯤 이곳에서는 냉동창고 등 단열재로 광범하게 쓰이는 우레탄을 창고 벽면에 주입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현장 근로자들에 따르면 이 작업과 우레탄 폼에 발포제 등을 첨가하는 이 작업은 건물 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나온 가연성 물질인 유증기(기름증기)가 지하 공간을 채워 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화재 직후 현장에서 우레탄 작업 관련 자재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고 말했다.
‘펑’ 소리와 함께 공사장이 전장을 방불케 하는 지옥으로 바뀐 것은 오후 1시 32분쯤. 화물엘리베이터 설치 작업을 위해 점심을 마친 인부들이 같은 층 지하 2층으로 내려가 용접작업을 시작하면서였다. 불꽃을 동반하는 용접 작업이었고, 불꽃이 공기 중의 유증기를 건드리면서 건물을 뒤흔드는 폭발과 함께 발화한 것으로 추정됐다. 대피한 근로자들은 대피 과정에서 ‘펑’ 하는 폭발음을 수 차례 들었다고 증언했다.
폭발과 함께 치솟은 불은 주변 가연성 물질로 급격하게 옮겨 붙었다. 샌드위치패널로 건축된 건물도 삽시간에 불길에 사로잡혔다. 탈 때 유독성 가스를 다량으로 내뿜는다는 그 패널이다. 이후 불길은 엄청난 양의 연기를 토하며 지상 층으로, 또 하늘로 미친 듯이 솟구쳤다. 지하에서 시작된 불이 건물 천제로 번지는 데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지상 2층에서 타일 작업을 했던 한 근로자는 “계단 밑에서부터 검은 연기가 올라와 불이 났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바깥으로 뛰쳐나왔다. 연기 때문에 계단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어떻게 바깥으로 나왔는지 모르겠다”는 말로 다급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소방당국이 신고를 받고 사고 발생 10분만에 도착했지만, 접근이 쉽지 않았다. 화염이 커질 대로 커진데다 인체에 치명적인 유독가스가 탓이었다.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이어졌고, 몇 차례의 폭발음이 뒤따랐다. 오후 3시쯤 소방대원들이 불길을 뚫고 인명수색을 강행했다. 건물 내부 두터운 잔해 속에서 시신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견됐다. 지상 2층 18명, 다른 층에서 각 4명씩 수습된 희생자들은 분산되지 않고 같은 공간에서 발견됐다.
이들은 불길과 유독가스 때문에 대피하지 못해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화마는 5시간여 만에 잡혔지만 근로자 38명이 현장에서 숨지고 10명이 부상을 입은 뒤였다. 박수종 이천소방서 재난예방 과장은 “공기 중에 있던 유증기에 불이 붙어 발화된 뒤 불길이 건물 전체로 번지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라고 말했다.
이천=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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