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 가속기 연구시설 전무… 첨단 연구환경 조성 시급
안전성ㆍ접근성 나주가 최적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모중인 사업비 1조원 규모의 ‘차세대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에 대한 전남(나주), 충북(오창), 경북(포항), 강원(춘천) 등 4개 광역자치단체간 유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전남도는 호남권(광주ㆍ전북ㆍ전남) 대학, 상공회의소, 정치권, 시민단체, 농민, 청년 등 각계각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서명운동 등 사활을 건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할 경우 경제효과가 최대 10조원에 달하는 만큼, 각 지자체들은 획기적인 지역발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기부는 5월 6일 대전에서 평가발표회를 열어 1, 2위를 선정하고, 7일 현장 실사를 거쳐 우선협상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전남도의 유치 전략은 국가 미래성장을 위한 ‘균형발전’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인구ㆍ연구 인프라의 지역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어 방사광가속기는 균형발전과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분산배치 해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 1960년대 이후 사회기반시설과 연구기발시설은 수도권과 충청ㆍ영남권으로 이어지는 경부축에 집중됐다. 17개 광역시도별 최근 10년간 연구개발(R&D) 예산 비중도 수도권 60%, 충청권 16.9%, 영남권이 5.1%를 차지하고 있으며, 호남은 3.4%에 그친다.
이러한 여건에서도 호남은 R&D 역량에서 탁월할 성과를 내고 있다. 연구 인력 1인당 국내 특허등록ㆍ출원 수 전국 1위, 연구비 10억원당 특허 등록 전국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호남권은 어려운 재정연구에도 불구하고 자체 예산을 우선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해 호남 3개 광역자치단체 모두 ‘자체예산 우선 투자 지역’ 4위 내에 포함된다. 국내 어느 지자체보다 호남이 투자효율성 측면에서도 탁월하며, 연구ㆍ개발ㆍ역량 강화를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게 전남도의 주장이다.
전남도가 후보지로 내세운 나주는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는다. 나주는 화강암반이 지하 20m대로 분포돼 있어 입지 안전성은 최고 수준이며, 소음ㆍ진도도 기준치 이하의 지대다. 지난 50년간 규모 3.0 이상의 지진은 단 3회에 불과하다. 또 대규모 유휴부지 덕택에 이후 가속기 연관 기업과 연구시설, 첨단ㆍ비즈니스 과학단지 조성도 할 수 있다.
접근성도 뛰어나다는 게 전남도의 주장이다. 나주는 전국 어디서든 2시간 이내 접근이 가능하며, 해외 접근성도 좋다. 호남선 고속철도를 통해 수도권에서 1시간 30분 이내, 강원ㆍ호남축 KTX와 경전선 KTX를 통해 강원권에서도 2시간 이내 닿을 수 있다. 무안국제공항과 광양항, 목포항을 통해 전 세계와도 연결돼 있어 다양한 샘플의 원격분석 지원도 가능하다.
앞서 지난 23일 호남권 국회의원 당선자 28명은 건의문을 통해 ‘지리적 접근성’에 높은 점수를 부여토록 한 평가 항목과 관련, 국가균형발전 실현을 위한 평가지표로 재조정토록 촉구한 바 있다. 이민준(나주1)의원은 28일 도의회 브리핑실에서 ’방사광가속기 부지 선정 기준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는 성명 발표회를 갖고 “작년 7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를 ‘한전공대 설립 기본계획’에 포함해 의결한 만큼, 정부는 약속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혁신도시 내 후보지는 안정적 지반과 넓은 부지, 인공지능(AI) 인프라, 풍부한 인적자원, 한전공대를 비롯한 공공기관과 에너지 연관기업이 집적해 있다“고도 했다.
이민원 호남권 유치위원회 집행위원장은 “2018년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방사광가속기 후보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약 50%가 전라도를 선택한 바 있다”며 “이번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구축에도 이 점들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남도는 국가 경제효과에도 신남방정책과 환황해권 경제의 시작점인 호남에 방사광가속기가 유치되면 국가 과학기술의 신성장축으로 광주ㆍ전북ㆍ전남ㆍ경남을 잇는 L자형 첨단 과학비즈니스벨트가 구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경남의 항공산업ㆍ스마트 선박산업과 전남의 에너지신산업, 전북의 탄소ㆍ농생명산업, 광주의 AI산업이 방사광가속기와 연계돼 시너지 효과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안=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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