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석기의 대표 유물 빗살무늬토기를 연구하고 암사동 신석기 유적지를 세계에 널리 알려온 미국의 고고학자 사라 넬슨 덴버대 교수가 지난 27일(현지시간) 자택에서 지병으로 숨졌다. 향년 89세.
1931년 미국 마이애미에서 태어난 고인은 명문 웨슬리대를 거쳐 미시건대에서 고고학을 공부했다. 동북아시아 지역에 관심을 갖고 있던 중 1970년 군의관이던 남편을 따라 한국에 들어오면서 한국과 본격적으로 인연을 맺었다. 1973년 미시건대에서 받은 박사학위 논문 주제도 ‘한강 유역 신석기 시대 빗살무늬토기 연구’였다. 이 때문에 한국을 본격적으로 연구한 외국인 학자 1세대로 꼽힌다.
이후 한국과 중국 동북부 일대를 집중적으로 연구했고 ‘한국의 고고학’ ‘고고학 속의 성(性)-귄력과 특권의 분석’ 등 9권의 저서 등을 펴내는 등 활발한 학술활동을 벌였고 그 성취를 인정받아 미국 고고학계 최고 학술상이라는 ‘존 에반스 교수상’을 1996년 받았다. 2000년에는 세계동아시아고고학회장도 역임했다.
고인은 고고학계의 대표적 페미니스트이기도 했는데, 이는 고고학에 기반을 두고 쓴 소설에서 더 잘 드러난다. 1990년대 강원 양양군 오산리 신석기 유적 발굴 작업에서 영감을 받아 쓴 ‘영혼의 새(Spirit Bird Journey)’는 모권 사회였던 신석기 시대를 바탕으로 남성중심적 현대사회를 비판했다.
1996년 하와이 세계동아시아고고학대회에서 한국 독립분과를 만들기도 했을 정도로 한국을 깊이 사랑해던 고인은 생전 자신의 명함에다 자신의 한국식 이름 ‘사라내선(思羅奈善)’도 함께 새겨뒀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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