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 잔고 9조원 육박
개인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9조원 선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6조원대까지 급감했지만 최근 코스피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신용융자 잔고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28일 기준 신용융자 잔고는 8조9,813억원으로 지난달 16일(9조4,190억원)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신용융자는 개인투자자가 주식 매매를 위해 주식 시장에서 자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주식시장의 열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통상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가 많아지면 신용융자 잔고는 늘어나고, 주식 하락세가 길어지거나 반등 기대감이 꺾이면 잔고가 줄어든다. 최근 신용융자 잔고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증시 열기가 뜨겁다는 의미다. 시장 별로는 코스닥시장 잔고가 4조5,883억원으로 유가증권시장(4조3,930억원)보다 많았다.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달 10일(10조1,874억원) 이후 줄곧 감소세를 보여 같은 달 25일에는 6조4,075억원까지 줄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연일 주가가 폭락하자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투자자가 줄어든 것이다. 증시 하락으로 증권사들이 반대매매(주식을 강제로 팔아서 빌린 돈을 회수하는 것)에 나선 것도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하고 정부의 각종 금융시장 안정 대책이 발표되며 주가가 반등하자 신용융자 잔고도 뚜렷한 증가세로 돌아섰다. 신용융자 잔고는 이달 들어서만 28일까지 2조4,000억원 급증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44조원에 달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돈으로 증시에 진입하기 위해 대기하는 자금 성격을 지닌다. 코로나19로 증시가 폭락하자 개인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고 ‘실탄’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